[‘수사권 조정’ 국회 통과] 김준규 검찰총장 “합의 깨지면 누군가 책임져야”

입력 2011-07-01 01:06


검찰에 불리한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김준규 검찰총장은 벼랑 끝에 놓인 처지가 됐다. 검찰 총수로서 이번 사태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검찰 내부 여론에 향후 시작될 경찰과의 대통령령 협상 과정에 패장(敗將)이 나설 수 없다는 현실론까지 김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이미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김 총장은 한찬식 대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대검과 일선 지검 검사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세계검찰총장회의가 끝난 뒤인 4일 구체적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특히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청와대 중재로 검·경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을 국회가 일방적으로 수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도 본인이 총장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직접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총장이 고민하는 문제는 검찰 조직의 안정이다. 김 총장은 대검 부장들을 포함해 전국 검사들의 사의 표명을 모두 안고 혼자 사퇴한다는 입장을 오는 4일 공식 표명할 방침이다. 8월 중순까지 임기를 남겨놓고 있는 김 총장은 일단 사의를 밝힌 뒤 청와대의 사표 수리 여부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2~11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 등을 위해 아프리카로 출국하는 만큼 사의를 발표하더라도 이 대통령 귀국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이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처럼 사표를 낸 뒤 출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7월 20일 전후로는 새 검찰총장 내정자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김 총장이 물러나도 ‘중도 하차’라는 이미지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새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박용석 대검 차장이 총장직무대행을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9년 임채진 전 총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임기 중 사임했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각영 전 총장은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나는 현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물러났다. 검찰의 본질적 권한인 수사권 문제로 낙마가 거론된 경우는 김 총장이 처음이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