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원철] 한나라·민주 ‘강용석 구하기’ 한통속
입력 2011-06-30 18:22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0일 무소속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결국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앞서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 5월 여대생 성희롱 발언을 한 강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강 의원의 예전 소속 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출석 의원 수가 많지 않아 본회의에서 부결될 수 있다며 제명안 상정을 미루자고 했고,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다. 제명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198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제명안이 자칫 부결될 경우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미상정 이유다. 윤리특위 민주당 간사인 장세환 의원도 “출석 의원이 많지 않아 위험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거대 여당의 ‘우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 4일 소속 의원들을 ‘소집’했다.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의원들까지 본회의장으로 불러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음에도 찬성표가 163표나 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처음부터 제명안을 처리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제명안 상정이 무산된 직후 논평을 내고 “표 단속을 이유로 제명안 처리를 연기한 것은 한심하고 쓸데없는 여야 공조”라며 “성희롱 사건 직후에는 당장 제명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더니 어영부영 의원직을 계속 보전해 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8월 임시국회에서도 제명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강 의원은 18대 국회 임기(내년 5월)를 마칠 가능성이 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인해, 내년 2·4월로 예정된 임시국회는 총선과 맞물려 있어 제명안은 여론의 관심 밖에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미 성희롱 파문으로 의정활동을 멈추다시피 한 강 의원에게 세비를 꼬박꼬박 지급하며 의원직을 유지시켜 주는 게 진정한 동료애인지 두 정당에 묻고 싶다.
김원철 정치부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