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美 언론에 문 열다
입력 2011-06-30 18:21
평양에 미국 언론사의 상설 지국이 생긴다.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본사에서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평양지국 개설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로 AP의 취재, 사진 기자들이 북한에서 취재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앞서 AP의 방송 계열사인 APTN이 2006년 평양에 비디오뉴스지국을 개설했지만 본부에서 나온 상주 직원은 없었고, 현지인들이 영상화면을 송출하곤 했다. 때문에 이번 AP의 지국이 사실상 서방언론의 첫 상설 평양지국인 셈이다.
AP는 또 조선중앙통신이 가진 영상을 독점적으로 국제사회에 배급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양사가 뉴욕에서 합동 사진 전시회도 갖기로 했다.
톰 컬리 AP 사장은 “이번 협약은 역사적이자 큰 의미가 있다. 전 세계 AP 독자에게 취재 결과를 보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사장도 “이번 합의를 통해 두 통신사의 관계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 개선에도 기여했으면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P는 평양지국 개설을 위해 북측과 다양한 접촉을 해 왔고,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이 컬리 사장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지난 25일 김 사장 등 일행 5명이 뉴욕을 방문, 컬리 사장과 MOU를 최종 논의했다.
북한과 미국은 6·25전쟁 이후 휴전협정만 맺어져 있어 공식적으로는 아직 전쟁 중이지만 양국 간 문화 교류를 허용한 미 정부의 정책이 양국 관계에 신뢰를 쌓게 해줬다고 AP는 보도했다. 실제로 민간 교류는 늘고 있다. 지난 3월엔 북한 경제대표단이 미국을 찾았고, 6월 11일에는 북한 조선태권도 시범단이 보스턴, 뉴욕 등에서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민간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 개선 등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북·미 교류는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