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한-EU 신 경제시대] 아르데코로 화장하고… 이케아 침대서 잠잔다

입력 2011-06-30 21:41


2. 일반생활 분야에서의 변화

“이제껏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어렵게 구입하던 유럽 제품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니 반가울 따름이죠.”

한·EU FTA로 관세 인하의 혜택을 볼 유럽산 화장품 브랜드가 대거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반색하고 있다. 네이버의 유명 화장품 전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사원 김주희(28·여)씨는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유통채널에 비해 유럽산 화장품에 대한 국내 여성들의 수요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국산보다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 화장품을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럽산 화장품 대거 진출 예상에 국내 업계 긴장=그러나 국내 화장품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2조원. 이 중 국산 화장품이 60%가량을 점유하고 나머지 40%를 미국과 유럽 등 수입 화장품이 차지하고 있다.

FTA가 발효됨에 따라 베이비파우더·애프터셰이빙로션·탈모제 등은 즉시 관세가 철폐됐고 향수·립스틱·샴푸 등은 3년 내에, 전체 화장품 수입 규모의 약 50%를 차지하는 기초화장품과 페이스파우더·헤어린스 등은 5년 내에 시장이 개방된다. 이미 올해 1월 한국시장에 진출한 독일 ‘국민 화장품’ 브랜드 아르데코나 닥터하우쉬카·안네마리보린 등 화장품 브랜드는 물론 세포라·더글러스·마리오노 같은 유통체인들이 관세가 철폐되는 혜택을 업고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화장품에 부과되는 제품당 6.5% 수준의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유럽 브랜드들도 앞다퉈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700여개에 달하는 중소 화장품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받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관세가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철폐되기 때문에 당장 유럽산 화장품의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은 없는데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은 독자적으로 탄탄한 유통망과 제품들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국내 화장품 시장도 성숙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가구 업체들 다각도로 대응 방안 마련=프랑스 1위 명품 가구업체인 고티에는 올해 2월 서울 방배동에 매장을 연 이후 5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천호점에도 매장을 열었고, 유럽 1위 부엌가구 업체인 독일 브랜드 노빌리아는 서울 논현동에 매장이 있다. 세계 1위 가구업체인 스웨덴의 이케아도 수도권에 대형 매장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가구시장은 이케아 등 유럽 대형 가구업체들과 저가의 동남아 가구업체들의 진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매우 까다로운 EU의 품질 조건 때문에 유럽으로의 수출마저 쉽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리바트는 이탈리아 주방가구인 유로모빌을 론칭해 국내 주방시장 점유율은 물론 글로벌 시장 점유율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부엌가구 업체 넵스는 유럽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