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운용’… 정책방향 ‘성장’서 ‘민생’으로 일하는 복지에 초점

입력 2011-06-30 21:41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생긴 ‘상처’ 치료에 나섰다.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성장’에서 6개월 만에 ‘서민생활 안정’으로 급선회했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체감경기 부진, 내수 침체, 복지 사각지대 증가, 물가 불안이라는 누적된 부작용을 풀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정부는 성장률을 희생해서라도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물가 불안이 내수, 체감경기 등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서민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판단이다. 또 정치권에서 거세지고 있는 복지 논쟁에 맞서 ‘일하는 복지’를 내걸었다. 일자리를 주고 근로소득을 늘려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물가 ‘선전포고’=정부는 농수산물은 수급 안정, 공산품은 경쟁 확산에 따른 가격 인하, 공공요금은 상승폭 최소화, 전월세는 임대주택 공급 및 세제혜택 강화로 풀어가겠다고 가닥을 잡았다. 수급이 불안정한 농수산물은 공급을 늘리고, 직거래 활성화 등 유통구조 개선을 병행하기로 했다.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파 당근 감자 등 8개 품목에 대해선 계약재배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관세체계를 손본다. 독과점 품목, 서민 밀접 품목은 관세율을 낮춰 가격 인하 효과는 물론 국내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할당관세 추가 적용도 검토한다.

공공요금은 인상폭 억제, 인상시기 분산으로 대응키로 했다. 공급가격이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일부 요금은 물가 상승률 이내로 오름폭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요금은 동결키로 했다.

전월세 대책으로 3주택 이상 보유자 중 전세보증금 합계가 3억원을 넘는 액수에는 소득세를 부과해 왔는데 한시적으로 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집주인이 내야 하는 세금 부담을 줄이면 전세금이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 세제지원(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 보금자리주택 소형(60㎡ 이하) 비중 70%로 확대, 전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도 검토키로 했다.

올 연말에 종료되는 근로자 신용카드 소득공제, 농어업용 기자재 부가세 영세율은 일몰을 연장할 방침이다.

◇‘두 마리 토끼’ 잡기=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의 바로미터가 내수와 복지라고 보고 있다. 내수를 활성화해 경기 회복의 온기가 윗목까지 돌게 하고, 복지 강화로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내수 활성화는 전통시장,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통시장 제품 구입 시 신용카드 소득공제 우대, 온누리 상품권 사용처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공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크게 열고, 공공부문 소모성 자재(MRO) 공급계약 때 중소기업을 우대하기로 했다. 공단지역 중소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통근버스도 운행하기로 했다.

투자개방형 외국 의료법인 도입, 보건·관광·교통 분야 진입규제 개선 등도 하반기에 다시 추진한다. 공공부문 근로시간을 현재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8시∼오후 5시로 바꾸는 문제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 분야는 일자리를 공급하고, 열심히 일하는 저소득층에 인센티브를 더 주는 ‘일하는 복지’로 틀을 잡았다.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지급액 확대가 대표적이다. 근로 장려효과는 높이는 방향으로 세부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또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에서 벗어난 탈수급자에게 주는 의료·교육 이행급여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린다.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일부러 근로를 기피하는 점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낡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뜯어고쳐 최저생계비 이하 빈곤 지원도 넓힌다.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재산의 소득환산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내수 활성화 대책이 단기효과는 있겠지만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빠진 미시적 대책으로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 있는 내수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과 내수를 함께 풀어간다는 측면에서 방향성은 바람직하지만 단기대책과 함께 정기 처방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