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정 役 긴 여운… 왠지 고독”…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열연한 공효진

입력 2011-06-30 17:58


“마지막 회에서 독고진이랑 사랑의 결실을 맺는 걸 보니 ‘둘이 좋았겠다’ 싶으면서도 좀 쓸쓸해지더라고요. 공허하기도 하고….”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여주인공 구애정을 연기한 그는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계속 고독한 기분만 든다”고 했다. 드라마가 남긴 여운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가 자신에게 남긴 의미를 하나하나 풀어놨다.

“제가 한 작품 중에서 대중의 호응도가 가장 높았어요. 많은 것을 배웠어요. 어른스럽게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큰 고민 없이 하라는 대로만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다른 배역의 캐릭터나 편집 등 많은 부분을 고민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구애정은 연예인이 겪는 온갖 고충을 전부 떠안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과거 큰 인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나락으로 떨어진 퇴물 가수였고 ‘국민 비호감’으로 통하는 연예인, 밥벌이를 위해 버라이어티쇼를 기웃거리는 ‘생계형 예능인’이기도 했다. ‘인기배우 공효진’과는 정반대에 있는 캐릭터인 셈이다. 공효진은 “애정이가 대인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고의 사랑’은 연예계의 그늘을 리얼하게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공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까지 낱낱이 노출되는 연예인의 삶.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배우로서 공효진 역시 드라마 속 대사나 장면에 많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독고진이 악플러들 고소해서 주부 학생 직장인들이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잖아요. 그 장면 뒤에 (소속사 대표인) 문 대표(최화정)에게 독고진이 ‘왜 그랬대’라고 묻는데, 문 대표가 ‘그냥’이라고 해요. 정곡을 찌르더라고요. 이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연예계 현실을 ) 꼬집었던 거 같아요.”

방송 내내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고 하자 평소 자신의 연기관을 말해주기도 했다. 공효진은 “대사를 할 때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첫째고, 둘째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얘기하듯 연기하려는 편“이라고 했다.

16부작이었던 드라마가 17, 18회까지 이어졌더라면 어땠을까? 그는 “나였으면 조용히 독고진 내조하면서 지냈을 테지만 구애정이라면 활발히 연예계 활동을 했을 것 같다. 둘이 같이 ‘스타부부쇼 자기야’ 같은 프로그램에 나갔을 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