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 민선 5기 1년] 대형 개발사업에 재정 허덕… 지역경제 여전히 썰렁
입력 2011-06-30 21:41
①민생 현장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민선 5기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을 맞았다. 그동안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대형 개발사업으로 불거진 재정난에 대한 책임공방과 무상급식, 4대강 사업 등을 놓고 격하게 대립했다.
지자체 세입에서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고, 이는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훼손시켰다. 지난 1년의 성과와 과제를 통해 지방자치의 발전 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현장 행정과 주민 소통=30일 전국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민선 5기 지방자치 행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장행정 강화다. 관사를 개방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주민과의 만남을 통해 소통을 강화했다. 주민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행정서비스도 다수 도입됐다.
경기도가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도입한 ‘도민 안방’과 ‘민원 전철 365’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생업에 바쁜 주민과 행정서비스 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역을 직접 찾아가 생활민원과 일자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민들은 도민안방을 통해 13만2296건의 민원상담을 처리했고, 711명은 기초생활보장·무한돌봄 등의 복지 지원을 받았다.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을 직접 참여시키는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도 크게 늘었다. 시민단체들도 지자체가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한 것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사무처장은 “충북도가 관사를 개방해 시민 품으로 돌려주고 도청 담장을 허무는 등 시민들과 소통의 영역이 부분적으로 나아졌다”고 말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대전시가 비정부기구(NGO) 대회를 처음 개최하는 등 시민과의 소통에 나선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광주 지역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 오미덕 사무처장은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던 단체장이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시민과 만남의 날’ ‘시민원탁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여론에 직접 귀 기울이려고 노력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열풍=무상급식은 지난 1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최대 이슈였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 배정을 두고 집행부와 지방의회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회 출석을 거부해 의회와 마찰을 빚었고, 현재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부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자체에서는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기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에서 한 달 평균 4만원 안팎의 급식비 부담이 줄었다는 점에서는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표(票)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적과 함께 급식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 박두열(47) 정책실장은 “친환경 무상급식에 지원되는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일부 학교에서 식단을 짜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물가 인상 등에 따른 추경 확보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올해 3월부터 도내 모든 유치원(사립유치원 포함)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학부모 김정아(35·여·제주시 이도동)씨는 “지난해까지 아이 급식비로만 연간 30여만원이 들어갔다”며 “올해부터는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또 친환경 급식을 아이들이 먹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는 여전히 침체=민선 5기 출범 이후 지역경제가 나아졌느냐는 물음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1년간 지자체들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감하고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 왔다. 18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를 기록한 대구시는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경제 회생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삼성LED와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합작회사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계열의 ㈜IHL을 유치했고, 대구텍을 비롯한 핵심 유망기업 9곳에서 74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서민들이 당장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시정은 소홀히 하고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며 “여전히 젊은 사람들이 대구를 떠나고 시민들의 생활은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경기침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세영(38·전주시 삼천동)씨는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했지만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전력한다고 했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김영남(43·제주시 도련동)씨는 “관광객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과거와는 달리 렌터카를 빌려 타고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산다”며 “이마트 매출액은 당일 서울로 입금되고 제주에는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만 남는다”고 털어놨다.
◇리더십 부재=민선 5기 자치단체장의 리더십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자치단체장이 소속 정당 수뇌부가 정한 당론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앙정치 이슈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실종됐다는 말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사무처장은 “전북도의 경우 새로운 동력이나 리더십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3기 강현욱 지사에 이어 4·5기를 연임한 김완주 지사는 새만금에 대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유치 활동에서 주민들에게 혼란과 자괴감만 줬고, 관변단체 동원을 통한 시위가 이어져 볼썽사나웠다”고 평가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손동호 사무국장은 “민선 5기 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 추진 사업의 정책적 표류”라고 지적했다. 손 사무국장은 “동부산관광단지와 혁신도시 등 대규모 사업이 민선 5기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청사진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광주·충주·전주=김도영 장선욱 이종구 김용권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