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교회의 역사

입력 2011-06-30 17:32


독일 종교개혁의 전개과정(4)

루터의 신학은 두 번째 십자가신학(theologia crucis)이다. 그는 “우리의 신학은 오직 십자가뿐이다”라고 강조한다. 루터는 자신의 신학은 십자가의 신학임을 1518년 ‘하이델베르크 논쟁’에서 밝히고 있다. 그해 4월 루터는 새로운 신학이 무엇인지를 그가 소속한 어거스틴 수도회의 하이델베르크 모임에서 공개 토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28개조의 신학적 논제와 12개조의 철학적 논제를 포함하여 총 40개조의 논제들을 발표했다.

크게 네 가지 관점에서 그의 기본적인 종교개혁 신학을 언급했다. 첫째는 인간의 죄악성이요, 둘째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의지의 노예 신세를 말하는 것이고, 셋째는 인간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를 강조한다. 넷째는 그의 가르침에 대한 날카롭고 분명한 신조를 밝히는 것이다. 그는 중세 스콜라주의를 영광의 신학이라고 하면서 그 영광의 신학에 반대하여 십자가 신학을 강조했다. 그 당시 스콜라주의자들은 루터의 날카로운 비판은 자신들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또한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절규 속에서도 침묵하시고, 외면하시고 숨어 계신 하나님은 숨어 계시는 방법으로 현존하신다. 여기서 루터는 하나님 속성의 양면성, 곧 계시하시는 하나님과 숨어계시는 하나님을 말한다. 인간의 이성과 의지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하나님의 깊은 숨어계시는 의지와 뜻이 있다는 것이다. 십자가라는 옷을 입고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이 숨어계신 하나님으로 현존하신다. 레긴 프렌터는 “모든 선한 것들은 십자가 안에 그리고 십자가 아래 숨어 있다”고 루터를 해석한다.

하나님의 자비는 하나님의 진노 속에 의존적으로 계시된다. 하나님의 분노와 자비가 동시에 계시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분노 중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형벌의 분노(ira severitas)와 자비의 분노(ira misericordiae)다. 십자가는 자비의 분노다. 다만 신앙만이 계시된 분노를 나타내시는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의도를 식별한다. 루터는 또 다른 변증법적 해석으로 십자가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곧 ‘하나님의 속성에 낯선 행위’(opus alienum)와 ‘하나님의 속성에 속하는 행위’(opus proprium)다. 사랑의 하나님의 속성에서는 도저히 분노하고 정죄하실 것 같지 아니하나, 그렇게 정죄하고 분노하시는 것은 죄인들을 의롭다 하시기 위함이다.

결국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속성을 보이시기 위해 하나님답지 않은 행위를 보이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십자가에서 부당하게 정죄당하고, 연약하게 창피당하고, 어리석게 패배당하고, 철저히 죽음을 당하셨다. 바로 그 치욕스러운 십자가 스캔들 속에 하나님의 의와 영광과 지혜와 능력과 구원이 숨어있는 방법으로 계시되었다.

인간의 모든 지혜와 능력이 끝장나는 십자가 속에서 비로소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 역사하기 시작한다. 루터는 ‘마리아 찬양(Magnificat)’ 주석에서 눌린 자, 겸손한 자, 비천한 자, 가난한 자를 높이시고 누르는 자, 교만한 자, 권세 있는 자, 부자를 낮추시고 심판하신다고 해석한다. 여인 마리아의 입을 통해 하나님의 혁명적 선포가 외쳐졌다고 루터는 해석한다. 인간의 강함이 끝나는 곳에, 하나님의 강함이 시작한다. 억눌림이 끝날 때 위대한 강함이 약함 아래 숨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김홍기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