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을 떠난 동물들이 사는 도시의 정원

입력 2011-06-30 18:05


동물원/토머스 프렌치/에이도스

동물원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는 ‘여러 가지 산 동물을 각 지방에서 수집·사육하면서 일반에게 구경시키는 곳’이라고 정의돼 있다. 나아가 동물의 보호와 번식, 연구를 꾀하고 일반인에게 관람을 통해 동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동물애호 정신을 기르면서 오락을 제공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이게 맞는 말일까? 지극히 인간의 눈으로만 바라본 동물원이 아닐까?

신간 ‘동물원’은 문명의 끝인 도시에 만들어진 동물원을 “야생성을 잃어버린 동물들과 야생성을 그리워하는 인간들이 맨 얼굴로 마주하는 곳”으로 규정하고 동물원에 있었던 동물들의 삶을 추적하며 인간과 동물, 자연과 지구에 관한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30여년간 기자로 활약하며 1998년 조 미셸과 크리스티 로저스 살인사건을 다룬 ‘천사와 악마’라는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토머스 프렌치. 이 책은 미 플로리다 탬파에 있는 로우리 파크 동물원을 4년간 취재한 자료에 아프리카, 파나마 등지에서 수집한 자료를 보완해 쓴 논픽션이다.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작은 왕국 스와질란드에서 보잉 747기를 타고 미국의 동물원으로 향하는 열한 마리의 코끼리들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코끼리들을 우리에 가두는 인간을 비판하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은 동물을 가두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동물을 위협해 왔고 순수한 야생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구를 뒤덮는 통에 다른 생물종들은 멸종위기에 몰리고 있는데도 인간은 아무런 제약도 없는 것이 자유라는 비현실적인 환상을 품는다. 동물이 살아갈 터전이 줄어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사자를 보려면 동물보호구역에 가야만 할 지경이다.”(19쪽)

저자는 로우리 파크에 동물들이 오게 된 사연을 하나씩 되짚는다.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고 자랐으며, 어떻게 어미와 헤어져 인간의 손에 잡혔는지, 동물원에 오기까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동물원 생활은 어떤지 등을 자세히 전한다.

금발 백인 여성에게 애정을 느꼈던 서아프리카 태생의 침팬지 허먼과 가족사가 한 편의 그리스 비극과 같았던 수마트라호랑이 엔샬라 등 야생을 떠나 도시의 정원으로 온 동물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하다. 저자는 동물들의 사연을 전하면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 지정학과 역사, 무역 등 복잡한 단면들을 섬세하게 짚어나간다. 그러면서 동물원을 인간의 꿈과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분석한다.

“로우리 파크 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은 가장 우월한 피조물이라는 생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연을 찬미하면서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 숲을 초토화시키고 강을 오염시켜 동물들을 멸종위기에 몰아넣으면서도 이들을 사랑하고 보호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갈망. 이 모든 것이 포로들의 정원에 전시되어 있다.”(47∼48쪽)

저자가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책의 후반부에 보면 로우리 파크 CEO인 렉스 샐리스버리의 영광과 좌절이 이어지는데 인간 세계조차 침팬지 사회의 권력다툼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암시한다. 저자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세계가 거대한 동물원이라는 사실을 모른 척 하기 위해 다른 동물을 전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진선·박경선 옮김.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