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집단사의 파문] “정치권 입맛따라 수사권 오락가락”… ‘檢 치욕의 날’ 종일 부글부글
입력 2011-06-30 01:09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하루 앞둔 29일 검찰은 온종일 요동쳤다. 대검찰청은 수뇌부 회의와 중간간부 회의, 연구관 모임 등이 연속해 열렸고, 결국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의 집단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
세계검찰총장 회의 리셉션에 참석했던 김준규 검찰총장은 오후 10시30분쯤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사의를 표명한 대검 검사장들과 긴급 회동에 나섰다. 이들은 정치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검사장들의 사의 표명은 오전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의 사표 제출로 촉발됐다. 여기에 협상 실무를 맡았던 간부 검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자, 검사장 사이에서도 “우리도 입장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의견을 교환하던 검사장들은 집단 사의를 결의하고, 일부 검사장은 국제검사협회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가 있던 김 총장에게 이런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그 자리에서 즉각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석 대검 차장도 검사장들을 만류했다고 한다. 이후 검사장들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대검 과장급 이상 간부 28명은 오전 11시40분부터 긴급회의를 시작했다. 법사위가 검사의 구체적 지휘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데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대검의 주요 간부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언제든지 책임을 질 각오가 있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협상팀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지휘체계가 붕괴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간 대검 소속 연구관들도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 내부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이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김 검찰총장도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들도 여과 없이 나왔다. 전국 일선 지검에선 평검사들이 잇따라 긴급회의를 열고 합의안 수정 결의를 비판했다. 이들은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했다. 일부 지검은 국회의 일방통행에 단호히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의견서를 작성해 대검에 전달키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20여명도 이날 밤 따로 모임을 갖고, 대검 과장급 이상 간부들과 뜻을 같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업무 특수성이 있는 공안부장 등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 부장검사들을 제외한 1·3차장 산하 부장검사들이 대검 과장급 이상 간부들과 함께하기로 했다”면서 “상황에 따라 집단 사표 제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통신망에는 하루 종일 검찰의 현실을 자탄하고, 수뇌부의 무력함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랐다. 한 평검사는 “홍만표 검사장 등 선배 검사의 희생에 함께하겠다. 더 이상 부끄러워서 검사생활 못할 것 같다”며 사표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에 치욕으로 남을 일”이라고 탄식했다.
경찰은 행동을 자제하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이 왜 반발하는지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경찰 간부는 “수사권 조정안이 거의 대부분 검찰 뜻대로 됐는데 검찰이 왜 집단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호일 이용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