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 서울노인복지센터 윤효정씨 “사회적 소외·불평등에 관심”

입력 2011-06-29 19:50


사회복지사 윤효정(27·사진)씨는 김서환(66)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설득을 거듭했다. 김 할머니는 “윤 선생, 나 그만 둘래”라며 힘없이 말했다. 윤씨는 “다들 실수해요. 천천히 다시 해봐요”라며 김 할머니를 다잡았다. 눈이 나쁜 김 할머니는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서툴게 영상 작업을 계속했다.

김 할머니의 첫 영화 ‘사랑하는 내 아들 병화야’는 윤씨의 ‘노인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에서 탄생했다. 김 할머니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들을 잃고 힘들었는데 윤씨와 영화를 만들면서 아픔을 극복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윤씨는 2008년 2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4월 사회복지사로 서울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노인 재취업과 문화복지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윤씨는 29일 “고등학생 때 노인요양원에서 정기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적 소외와 불평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서울대 동기들이 다른 진로를 택했지만 윤씨는 대학 시절 이미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따는 등 사회복지 외길을 걸었다.

윤씨가 근무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는 2001년 설립돼 현재 회원수 5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으로 향하는 노인들을 깨끗하고 전문화된 복지시설로 이끌자는 의도에서 생겼다. 하루 평균 3000여명에 달하는 노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와 실버 북카페, 실버 갤러리 등을 함께 운영한다.

2008년부터는 ‘서울노인영화제’도 개최해 왔다. 윤씨는 영화제 첫해엔 팀원으로, 두 번째 해인 2009년부터는 전담 직원으로 발탁돼 영화제를 이끌었다. 제1회 때 39점에 그쳤던 공모 작품 수가 제3회 때는 91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엔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서울시로부터 4000만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윤씨가 진행하는 ‘자유발언대’도 인기다. 지난해 처음 열린 ‘자유발언대’는 ‘건강한 노년을 위한 나만의 건강비법’이나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를 물려주자’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노인들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윤씨는 “2010년 한 해 동안만 974명의 어르신이 참가해 생각의 차이와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훌륭한 소통문화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날 국민일보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가 공동 주최하는 새내기 사회복지상 제90회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상을 받았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