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CJ, 체면 구긴 삼성, 싱글벙글 금호… ‘대한통운 인수전’ 기업들 엇갈린 표정

입력 2011-06-30 01:28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했던 기업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그룹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체면을 구긴 포스코와 삼성SDS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한통운을 높은 가격에 팔게 된 금호아시아나는 희색이 만면하다.

CJ그룹 이관훈 대표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한통운 인수 후 자금 조달에 문제는 없다”며 “승자의 저주라는 표현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고 그렇게 만들지도 않을 것”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인수자금 확보 방안에 대해 “CJ제일제당이 보유한 김포와 영등포 부동산이 6000억원의 가치가 있지만 부동산 경기 때문에 당장 처분하겠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보유현금 및 삼성생명 주식 유동화뿐 아니라 교환사채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CJ가 과열된 인수전 끝에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바람에 대한통운의 덫에 걸려 적잖은 후유증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한통운은 매각 적정가격이 1조5000억∼1조7000억원으로 평가됐으나 CJ가 써낸 금액은 2조원대로 알려졌다. 3000억∼5000억원가량을 더 주고 사게 되는 셈이다.

다만 CJ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탈락했다면 더 큰 기회를 놓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과정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삼성은 당장 CJ와의 갈등설을 잠재우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SDS가 공연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망신만 당했다는 지적이 많다. 포스코도 괜히 삼성을 끌어들였다가 역풍만 맞았다.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포스코 입장에서는 삼성과 손을 잡으면 승리를 굳힐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오판을 한 셈이 됐다. 범 삼성가의 집안 싸움에 뛰어든 모양새가 됐고 얻은 것 없이 좌절감만 맛봤다.

최대 수혜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인수전이 불붙으면서 내부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당초 예상가격보다 비싸게 팔게 돼 그룹 정상화에 큰 도움을 받게 됐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대한통운 매각 가격보다는 파느냐 마느냐가 그룹 경영에 중요한 변수였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CJ가 인수자로 결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들은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CJ제일제당과 CJ씨푸드, CJ CGV 등 CJ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전일 7.58%나 급락했던 CJ제일제당은 이날 6.40%가 추가 하락, 23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한통운도 전일보다 5.86% 하락한 10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실망한 나머지 매물을 쏟아냈다는 분석이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1.22% 오른 1만65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노석철 김수현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