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종합대책] 가계부채 총량규제 등 빠져… 예상 밖의 '저강도 처방'

입력 2011-06-30 01:21


29일 발표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은 당초 “시장이 너무하다고 느낄 정도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공언과는 거리가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가계부채에 대한 ‘총량규제’ 등 양적 규제, 은행 충당금 적립률 상향 등 ‘강력한’ 대책이 빠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고정금리 대출상환 확대가 핵심 내용이지만 정작 은행이나 대출자들을 이쪽으로 이끄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정금리 분할상환 유도 초점=이번 대책의 많은 부분은 고정금리·비거치식(처음부터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것)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늘리는 데 할애됐다. 현재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외부 금리변동에 취약한 만큼 이를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우선 3억원 이하,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했다. 고정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현재 1000만원인 소득공제한도를 1500만원으로 늘리고 변동금리 대출을 포함한 나머지 대출은 500만원으로 오히려 줄였다.

또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할 때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아울러 은행들이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팔 때는 금리 변동 폭에 따라 얼마나 이자비용이 증가하는지, 최근 5년간 최대금리 변동 폭이 얼마인지 등도 자세히 설명하도록 했다.

대출공급자인 은행들이 변동금리 대출을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채찍’도 마련됐다.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은행의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율을 높이고 고정금리 대출에 대해선 낮추기로 했다. 은행들에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맞추도록 요구하고 이를 위해 은행마다 자체 정상화 연차 목표를 제출토록 했다.

◇가계대출 축소 압박=원화대출금 2조원 이상인 일반은행을 대상으로 2013년 말까지 예대율을 100%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규제도 1년6개월 앞당겨 2012년 6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인 예대율을 낮추려면 대출을 줄이거나 예수금을 늘려야 한다.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아울러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도 채무자 상환능력을 확인토록 했다. 종전엔 서울·수도권에만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나머지 지역에서도 ‘담보만 있고 원금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은 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영업점에 대한 가계대출 실적도 폐지하기로 했다.

최근 발표한 카드사 대출 억제뿐 아니라 농·수·축협 단위조합 등 상호금융권에 대한 대출증가세 억제 조치도 포함됐다. 상호금융회사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예정대로 2012년 말 종료되며 상호금융사들의 여신건전성 분류 기준이나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은행 수준으로 강화키로 했다.

한편 가계대출 증가율이 명목 경제성장률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가계부채 총량규제책은 일단 이번 대책 시행 후 결과를 보며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 예대율 비율을 100%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중장기 검토 과제로 넘겨졌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