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사장급 간부 전원 사의… 홍만표 기조부장 등 5명 수사권 ‘대통령령’ 반발

입력 2011-06-30 01:0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을 수정한 것에 반발하며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 수뇌부의 항의성 집단 사의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즉각 만류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 수뇌부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임을 감안, 세계검찰총장회의가 끝난 뒤 다음 달 4일 거취 문제 등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김 총장은 “국회 법사위 의결은 관계부처 장관과 검·경 수장이 상호 의사를 존중해 서명한 정부 합의안을 번복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4일 사의를 직접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법개혁 논의에 검찰 측 협상 대표로 참여해 온 홍만표(52) 대검 기획조정부장의 사표 제출이 시발점이 됐다. 홍 검사장은 오전 8시56분 검찰 내부전산망에 글을 올려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됐다. 정치권과는 냉정하게, 경찰과는 따뜻하게 관계를 유지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병가를 내고 오전 9시30분쯤 퇴근했다. 보고를 받은 김 총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라. 좀 쉬더라도 사표는 안 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총장은 직접 지시를 내려 홍 검사장의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김홍일(54) 중앙수사부장, 신종대(51) 공안부장, 조영곤(52) 형사·강력부장, 정병두(50) 공판송무부장 등도 잇따라 사의를 밝혔다. 국제검사협회(IAP) 연례총회 참석차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머물던 김 총장은 밤늦게 대검 수뇌부들과 긴급 회동을 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공식적인 대검 검사장들의 사표나 사의 표명은 없었다”며 파장을 막기 위해 애썼다.

협상 실무를 맡아 온 김호철(44) 대검 형사정책단장, 구본선(43) 정책기획과장, 윤장석(41) 검찰 연구관도 사표 행렬에 동참했다. 대구지검 최득신(45) 공판부장도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신분인 검찰이 국회의 입법 행위에 집단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검찰이 조금의 권한도 잃고 싶지 않다는 오만함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며 “마음에 안 든다고 집단행동으로 대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고 그 자체가 일종의 파업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평했다.

지호일 이용상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