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철 공사장 산사태… 토사 차량 덮쳐 4명 사상

입력 2011-06-29 21:19


서울·경기 최고 230㎜ 폭우에 피해 속출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서울에 시간당 33.5㎜의 폭우를 뿌렸다. 하루 동안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비의 양은 100∼230㎜에 달했다. 주택침수·도로통제 등의 피해가 속출했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기상청은 29일 오후 8시까지 경기도 가평 231.5㎜, 성남 187㎜, 수원 165㎜, 서울 175.5㎜, 강원도 춘천 147.5㎜, 인천 142㎜의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출근길에 시간당 10∼30㎜의 강한 비가 내렸다.

◇전국 피해=29일 오후 1시쯤 서울 월계동 초안산 국철 1호선 공사현장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접한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던 차량 3대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쳤다. 또 서울 지하철 1호선 월계∼녹천역 선로에 흙이 쏟아져 성북∼도봉산역 구간 상행선 전철 운행이 한동안 중단됐다. 한강 수위도 6m 이상으로 높아져 잠수교에는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오전 6시5분쯤에는 경기도 가평군 상면 덕현리 샘터유원지에서 동모(36)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오전 11시30분쯤에는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서 축대가 무너져 문모씨가 머리를 다쳤다. 강원도 영서지역은 낙석으로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낙뢰로 정전이 빚어졌다.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 등 서해안 일대 농경지 2000㏊가 침수됐다. 인천에도 시간당 30㎜가 넘는 큰 비가 내리면서 주택 36가구와 상가 11곳이 침수되고, 도로 23곳이 통제됐다.

북한이 임진강 북쪽에 있는 황강댐을 지난 27일 밤부터 방류한 것으로 확인돼 경기도 파주시 등 하류지역 피해가 우려된다. 북한은 황강댐 방류 사실을 우리 군(軍)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강댐 방류로 남방한계선 내 필승교 수위는 경계수위(3m)를 넘어 4.03m를 기록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원인”=비는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많은 양의 비를 몰아친 전형적인 집중호우였다. 물 폭탄을 맞은 중부지방과 달리 남부지방은 구름만 많았다. 비구름이 인천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얇은 띠 모양 형태로 형성된 것이다.

기상청은 일자형 비구름대가 형성된 원인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을 지목했다.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남동쪽 해상에 광범위하게 세력을 키워 올라왔다. 고기압의 기류는 시계방향이기 때문에 한반도에는 남서풍이 불었다.

반면 북쪽에는 영하 6도 이하의 찬 대륙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다. 찬 공기는 한반도를 향해 하강하다 세력을 키운 북태평양고기압과 대치했다. 덥고 축축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우리나라를 향해 계속 올라오다 선선하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을 만나면서 수도권 등 중부지방의 대기(大氣)가 갑자기 불안정해졌다.

이 같은 기압 배치는 30일에도 계속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30일까지 중부 지방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장마전선이 내려가면서 남부지방에도 비를 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전국종합=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