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대부업 같은’ 수수료 챙기기… 백화점, 가방 등서 34%-TV홈쇼핑, 화장품서 33%

입력 2011-06-29 18:43


백화점과 TV 홈쇼핑 등이 납품업체들로부터 의류 등 상품 판매대금의 최대 30∼40% 이상을 판매수수료로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개 백화점과 GS, CJO, 현대, 롯데, 농수산 등 5개 TV 홈쇼핑의 판매수수료를 처음으로 조사해 공개했다. 판매수수료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상품판매대금을 줄 때 떼는 금액을 말한다. 백화점 수수료는 공정위가 중소기업중앙회에 의뢰해 백화점 입점 중소기업 3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했고, 홈쇼핑 수수료는 해당 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각 백화점, 홈쇼핑 업체별 수수료율이나 대형 납품업체나 명품 해외브랜드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정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의 판매수수료율은 가방이나 지갑, 패션구두 등(피혁잡화)이 평균 34.1%로 가장 높았다. 100만원 어치가 팔리면 그중 34만원을 백화점이 앉아서 챙겼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남성정장과 여성정장, 캐쥬얼, 유·아동 의류, 화장품 등 백화점의 주력 판매 품목들은 모두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30%를 넘었다.

특히 여성정장의 경우 최저 판매수수료율(19.0%)과 최고치(37.5%)가 18.5% 포인트나 차이 나는 등 같은 상품군 내 판매수수료 격차도 심각했다. 지역 농산물들의 특판 행사 등 영세업체가 많이 참여하는 농·수·축산 식품군의 경우 판매수수료율 범위가 8.0∼32.0%로, 업체별 격차가 최대 24% 포인트까지 났다. 반면 대부분 대기업이 취급하는 대형 가전제품은 판매수수료율이 평균 18.7%로 품목 중 가장 낮았다.

TV 홈쇼핑도 의류품목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대부분 30%대를 넘겨 백화점과 비슷했고 최대치는 40%를 넘기도 했다. 홈쇼핑에서 자주 판매되는 건강식품(32.4%), 가구·인테리어(30.3%), 가공식품(30.0%), 가전(23∼24%) 등은 백화점보다 수수료율이 높았다. 상품군별 수수료율 격차는 훨씬 심각했다. 판매수수료율이 납품업체별로 이뤄지는 백화점과 달리 개별 상품마다 정해지고, 방송 시간대마다 수수료율이 달라지는 등 변수가 많은 탓이다.

대형마트는 판매수수료 대신 판매장려금을 받는데 과자·베이커리의 판매장려금률이 10.2%로 가장 높았고, 가공식품과 가정·생활용품도 8∼10%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정진욱 공정위 가맹유통과장은 “유통분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시 수수료 수준에 대한 평가항목을 신설해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완화를 유도하겠다”면서 “이런 정보 공개가 축적되면 납품업체 협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조사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납품업체가 추가로 부담하는 판촉사원 인건비나 인테리어비용, 판촉비용, 방청객동원비, 배송료 등도 조사해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