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없는 협상은 악기없는 악보” 게이츠 美국방 6월 30일 퇴임
입력 2011-06-29 18:20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간) 퇴임한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국방장관 자리를 지킨 그는 4년7개월간을 재임하게 되는 것이다. 역대 국방장관 중 5번째 장수(長壽) 장관이다. 1966년 미 중앙정보국(CIA) 평직원으로 시작해 최초로 국장까지 올랐고, 공직자로서 40여년간 무려 8명의 대통령을 거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자에서 게이츠 장관을 “단정하고 단호한 외모를 유지하면서, 신중하고 보수적이며 합의를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전임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이 네오콘 핵심으로서 이라크전을 밀어붙이는 등 군 내부 및 의회와 마찰을 자주 빚었던 것에 비해, 게이츠 장관은 국방부 관료주의를 능숙하게 다뤘고 의회와의 관계도 좋았다.
비교적 신진 정치인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으로 거론되던 외교·안보 분야의 ‘보완책’으로 기용, 철학이 다른 두 정권에서 연이어 가장 중요한 장관직을 연임했다. 비판이 많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도 안정적으로 군 조직을 관리하고, 조직 개혁과 무기체계 혁신 등 큰 임무를 무난히 수행한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2개의 전쟁을 잘 마무리하는 역할을 해냈다.
WP는 게이츠 장관이 군 개혁에 큰 기여를 하거나 거대한 발상을 지향하는 이상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실용적으로 2개의 전쟁을 잘 관리한 능수능란한 장관이었다고 기술했다. 가장 좋아하는 격언으로 ‘포용이 없는 협상은 악기가 없는 악보와 같다’(프레데릭 프러시아 국왕)는 말을 꼽은 것처럼, 그는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했고, 한계를 솔직히 인정할 줄 알았으며, 자신이 속했던 조직을 중시했다. 그래서 주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게이츠 장관은 캔자스주 출신으로 윌리엄앤드메리 대학과 인디애나대 대학원을 거쳐 조지타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부분 공직생활을 CIA에서 보냈으며, 이후 텍사스 A&M대학 총장을 지내던 중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국방장관에 올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