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헌법 ‘표현의 자유’ 해석 논란… 연방법원 “공영선거제·기업 선거광고 제한 위헌”
입력 2011-06-29 18:20
미국 수정헌법 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는 도대체 어느 범위까지인가. 표현의 자유를 확대 적용해 사회적 폐해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연방 대법원의 잇단 판결과 결정을 놓고 미국 내에서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의 공영선거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애리조나주는 공영선거제도 틀 안에서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후보가 엄청난 선거자금으로 쓰는 ‘부자 후보’와 싸울 경우 일정한 선거비용을 매칭펀드 형식으로 지원하는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 제도가 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며 5대 4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위헌파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헌법 1조는 표현 문제에 대해서 ‘간섭받지 않는 의견의 교환’이 보장되도록 지도 원리로서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애리조나주의 선거제도가 공정치 않다고 봤다. 즉 선거자금을 많이 쓰면 쓸수록 주정부가 상대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부자 후보의 선거자금 사용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합헌파인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헌법 1조의 핵심은 활발한 논쟁과 토론이 이뤄지는 건강한 정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라며 “부패를 막기 위한 애리조나주 선거법의 어느 조항도 위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후보들의 균등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선거제도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현실적으로는 ‘돈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더욱 좋아지게 된 셈이다.
대법원은 지난해에도 기업의 선거광고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실상 기업의 무제한 정치광고를 허용했다. 결국 정치적인 지출이 헌법 1조의 의사표현의 한 형식이라고 보고 천문학적인 돈 선거를 용인한 셈이다.
대법원은 또 같은 날 폭력성 짙은 비디오게임을 미성년자에게 판매·대여하는 것을 주정부(캘리포니아주)가 규제할 수 없다고 7대 2로 판결했다. 그 근거도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다.
다수 의견에 동참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책, 연극, 영화와 마찬가지로 비디오게임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법원의 결정이나 판결을 놓고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1조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Key Word :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거나, 또한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약화시키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를 언급한 것으로 폭넓게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것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