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대리’ 참석에 정치권 난타
입력 2011-06-29 18:54
감세철회 및 반값 등록금 정책 등으로 갈등을 빚어오던 정치권과 재계가 국회 공청회장에서 맞닥뜨렸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29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및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 등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진술인으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불렀지만 경제단체장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실무자를 대신 보냈다. 발끈한 여야는 7월 중 같은 사안으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오만불손한 작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신 출석한 이들을 회의장에서 내보내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대기업 오너가 방침을 바꾸지 않는 이상 동반성장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경제단체장을 나오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 간부들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참석을 못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단체장 불참으로 시작부터 분위기가 달아오른 공청회장은 대기업 난타장으로 변했다. 진술인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도 가세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 부자들이 각성했으면 좋겠다.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며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함께 우리 사회에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기업의 중소기업 영역침투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 국민 정서”라며 “타이슨 같은 권투 선수가 아마추어 선수랑 한 판 붙자고 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이해하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도 “대기업이 단가를 후려치고 지네발 식으로 업종을 침해하는데 어느 중소기업이 버티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동응 경총 전무는 “동반성장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중소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의원들의 질타를 피해갔다.
정치권에서 최근 도입을 검토 중인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에 대한 정부 측 입장도 나왔다. 정 위원장은 “강제로는 힘들지만, 적합 업종을 정한 후에 거기에 진출하지 말라고 설득할 수는 있겠다”고 답했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 회의에 최대한 참석하겠다고 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영환 위원장은 “앞으로 상임위에 출입금지 시키겠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장관이 밥 먹느라고 오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먼저 잡힌 외부 일정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