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중국에 방치된 국군포로 가족

입력 2011-06-29 17:50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문제가 언론에 부각된 것은 모두 4차례다. 2009년 3월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억류된 로라 링, 유나 리 여기자를 비롯해 올해 5월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씨까지 억류된 미국인은 5명이었다.

미국은 이들의 조기 귀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빌 클린턴 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찾아갔고, 전씨 억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카터 전 대통령에 이어 로버트 킹 인권담당 특사까지 나서 협상을 벌였다. 그때마다 북한은 “미국 전 대통령이 김정일 장군님께 머리를 조아렸다” “킹 특사가 미국 정부를 대표해 사건 발생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억류된 미국인을 풀어주면서 체제선전에 열을 올리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호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미국도 북한 의도를 훤히 꿰뚫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자국민의 안전과 조기 석방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북한에 살아 있는 국군포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56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이 숫자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전사자로 처리된 국군포로 4명이 지난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에 북측 상봉자로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폐쇄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우리 정부도 생존한 국군포로 현황 파악과 이들의 귀환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국군포로였던 고 백종규씨의 딸 영옥씨가 자녀와 함께 2009년 5월 탈북했지만 2년이 넘도록 중국 베이징 한국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아버지 유골을 갖고 먼저 남한에 정착한 언니 영숙씨가 여동생 가족의 조기 귀환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이다. 북한을 의식한 중국이 이들의 남한행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가 2만명을 넘어섰지만 영옥씨 가족은 남한에 연고가 없는 탈북자와는 신분이 다르다. 북한군 침략에 맞선 국군포로의 피붙이인 것이다. 6자 회담 재개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는 정부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군포로와 그 가족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정부는 중국을 설득하는 일에 외교력을 동원해야 한다. 중국도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영옥씨 가족의 남한행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