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한선교 압박 속 ‘野 vs 방송사’ 대결구도 경계
입력 2011-06-29 18:52
민주당이 도청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법률상 도청행위 자체는 물론 도청한 결과를 공개하거나 누설한 것도 똑같이 범죄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동원했다.
당 불법도청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것은 도청을 은닉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며 “한 의원이 30일 정오까지 녹취록의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도청을 하거나 도청내용을 누설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는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이 법적 처벌을 운운하며 한 의원에게 출처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녹취의 주체가 한 의원이 아닌 제3자라는 심증을 굳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 출입하는 방송사 관계자가 지난 23일의 비공개 회의를 녹취해 한 의원에게 전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아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했음에도 제보 받은 녹취의 주체를 공개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보에 따르면 제3의 이해당사자가 녹취를 했다”고만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심증과 제보는 있지만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우리가 사람을 잘못 지목할 경우 크게 역공당할 수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 방송사 연루설을 제기했다가 결론이 명쾌하게 나지 않은 채 방송사와의 진실게임이나 공방전이 벌어질 경우 사태가 야당 대 언론의 구도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한 의원과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도청 논란을 계속 정치 쟁점화하면서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우회 전술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며 철야농성을 펼쳤다. 민주당은 30일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산회할 때까지 문방위 회의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은 7∼8월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을 실천하고, 국회 문방위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합의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