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문제 있다면 부모 먼저 교육시켜야… 양은순 총장이 말하는 새 가족치료법 ‘PCIT’
입력 2011-06-29 18:26
“한국의 젊은 부모들은 자녀 양육에 높은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적절히 훈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기술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자녀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미국 켈리포니아 주 히즈대학교(HIS University) 양은순(64) 총장이 지난달 가정의 달을 맞아 방한해 ‘놀이치료를 통한 부모교육(PCIT)’을 주제로 펼쳐온 전국 순회 강연회를 최근 마쳤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양 총장은 ‘사랑과 행복에의 초대’ 등 가정사역에 관해 78권의 책을 쓴 가정사역의 대모로 통한다.
28일 서울 목2동 ‘홈 상담센터’에서 만난 양 총장은 “한국의 자녀 양육 실태에 아찔한 위기감을 느낀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많은 부모와 상담자에게 PCIT가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PCIT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쉐일라 아이버그 박사가 창안한 학문이다. 놀이치료를 부모에게 교육시켜 과잉행동장애 등 문제 행동을 보이는 자녀를 직접 치유하는 가정사역 프로그램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그 효율성이 입증됐다.
그동안 PCIT 교육은 주로 상담 전문가들만을 대상으로 행해지고 있어 일반 부모들은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놀이치료의 기장 적절한 연령층은 2∼7세 어린이지만 그 원리를 청소년 자녀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녀 관계 증진을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가정 폭력이나 어린이 폭력 가정의 어린이를 위해 사용돼 그 효율성이 입증됐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등 해외 70여곳에 치료소가 생겼다.
창시자로부터 직접 훈련받은 양 총장은 히즈대 부속 기관인 홈 상담센터에 놀이치료실을 설치해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 바람직한 관계를 구축하고 올바른 삶의 태도와 행동을 가르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전을 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교수연수회에서 히즈대 교수들에게 처음 놀이치료를 소개했고, 그들을 조교로 6월에는 전주대학교에서 학생과 상담자에게 훈련을 실시해 큰 호응을 받았다. 오는 8월 2일과 3일에는 미국 히즈대에서 상담자를 대상으로 놀이치료 훈련에 들어간다.
히즈대는 지난 1월, 학교 설립 후 만 8년 만에 처음으로 12명의 박사와 50여명의 상담 전공 석사가 배출됐다. 학위수여식에서 세계 최초로 가정사역 전공 철학박사들의 다양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그 가운데 30여년간 가족치료 전문 가족심리치료사(MFT)로 일해 온 버트 와이너 교수가 쓴 ‘MFT의 국제화를 주도하게 될 한국’이라는 논문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양 총장은 이 논문을 바탕으로 한동대와 동서대 상담대학원, 한국가족치료협의회 등과 협력해 국내에 가족치료사가 배출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양 총장은 “미국에서 이미 50년간 실시되고 있는 MFT 국가공인 제도가 하루 빨리 한국에도 실시되기를 바란다”며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가정 문제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hisuniversity·1-951-372-8080).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