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쇠공이 떨어지는 소리
입력 2011-06-29 17:56
# 지난 주말 한 기독 비정부기구(NGO)의 워크숍에 다녀왔습니다. 충북 괴산 화양계곡에서 열린 워크숍이었는데 가던 길에 어찌나 폭우가 쏟아지던지 고생 좀 했습니다.
저는 그 워크숍 특강 강사였습니다. 말이 특강이지 제가 가진 재능을 나누는 ‘재능 기부’ 강의였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재능 기부라고 내 입으로 단정하려니 요즘 유행어로 ‘오그라’듭니다. 이 기구의 전국 시·도 간사가 모인 자리에서 실용 글쓰기 특강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재능으로 보고 기부를 받아준 그 NGO 사람들이 고마웠습니다.
사실 요즘 일부 NGO들 기금이 많아지면서 너무 요란스러운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서 편한 특강을 예상했습니다. 경관 좋은 곳의 호텔이나 리조트 빌려 소위 럭셔리하게 하는 줄 알았지요. 대학생 수련회(MT)도 그 정도 장소에서 하는 세상이 됐으니까요.
한데 ‘참 착한’ 행사를 하고 있더군요. 폐교를 활용한 야영장에서 개회예배로 일정을 시작하는 워크숍이었습니다. 식사 또한 삼겹살에 된장이 최고 음식이었습니다. ‘사랑나눔’에 대한 교육과 단체활동으로 어느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그간 저는 약간의 오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글을 열심히 쓰는 것이 문서선교라고 자위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달리 재주도 없고 또 어려서의 ‘나무늘보’라는 별명을 명분 삼아 몸이 게을렀습니다. 이쿠, 무슨 대단한 일 했다고 놋대야에 쇠공이 떨어지는 소리만 하고 있군요.
# 구순의 노학자 김형석 교수의 한마디 한마디가 절절하게 들립니다. 회심한 사도 바울이나 중세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권면처럼 우리의 내면을 울립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내면적 폭풍에 사로잡혀 무화과나무 아래서 엎드려 울었다는데 한국 교회가 그러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삶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 강의. 1980년엔가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젊은이들에게 고하던 특강을 들은 적 있는데 그가 크리스천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