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역 15년, 그네들 ‘옻칠화’에 홀리다… 첫 개인전 여는 정유미 선교사

입력 2011-06-29 17:40


15년째 베트남에서 활동하며 국립 호찌민대학교와 하노이미술대학교에서 회화(옻칠화)를 전공한 정유미(38·사진) 선교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선교사역을 하는 가운데 10여년간 틈틈이 그려온 50여 작품을 선보이는 정 선교사의 전공 분야는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옻칠화다. 옻칠화는 보통 목판 위에 천을 씌우고 황토칠을 한 후 다시 옻칠을 하는 것으로 여러 단계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투명한 갈색의 옻액과 안료를 섞어 그리며, 강조해야 할 부분에는 조개껍질이나 계란껍질, 금, 은가루를 사용하기도 한다.

“호찌민미술대학에서 학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베트남의 옻칠화 역사가 오래되고 예술적인 깊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 사실 베트남에서는 이를 ‘선마이’(son mai)라고 부르며 래커페인팅 정도로 생각하기도 해요. 그러나 많은 손길을 거치는 가운데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탄생되는 것이 바로 옻칠화입니다.”

정 선교사는 “한국에서도 옻칠화를 일부에서는 공예로 인식하는 부분이 있지만 일반 유화를 넘어 독특한 부분까지 터치할 수 있다”며 “안료를 섞은 옻칠을 한 후 건조를 기다렸다가 여러 차례 사포질을 함으로써 평면이면서도 여러 겹이 드러나는 느낌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또 “공예로 간주하려는 것은 조개껍질이나 금, 은박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회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보너스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중 ‘회개’는 한 여인이 손을 모은 단아한 뒷모습과 함께 십자가, 나무, 꽃, 열매 등을 대비시키며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가게 만든다. 작품을 직접 대하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배재대 명예교수인 정해조 해조옻칠연구소장은 “베트남은 근대 옻칠회화의 발상지로 기법도 발달해 있는데 이를 정 선교사가 전수받아 여기에 예술적 영감을 가미시킴으로써 새로운 회화로 승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정 선교사가 옻칠화가로 조명 받아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교류에도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베트남에서 유명한 장요나 선교사와 초기부터 동역을 해왔다. 처음엔 호찌민에서 특수 사역을 하다가 하노이로 사역지를 옮기면서 나머지 석사과정도 마치게 됐다. 현재 작품활동과 함께 주로 캠퍼스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익힌 유창한 베트남어로 특강과 통역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심고 있다.

“베트남인은 기본적으로 품성이 착하고 재주가 많아요. 성격도 조용한 편이에요. 아주 명석한 두뇌를 가진 학생들도 많아 더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들을 영적으로 잘 훈련시키면 베트남이 인도차이나 선교의 교두보가 될 게 분명합니다.”

정 선교사는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로 인해 베트남에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런 문화적 접근이 선교를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 베트남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예술적 영역도 넓히면서 선교사로서의 사명도 성실하게 감당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선교사는 서양화가이면서 한국미술인선교회를 창립한 정재규(서울 대석교회) 목사의 딸로 부친의 예술적 자질과 선교적 사명까지 물려받은 듯하다. 30일 오전 10시30분에 드리는 개막예배 설교는 장요나 선교사가 맡는다. 전시회는 다음달 13일까지 2주간 계속된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