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 이야기] 복기(復棋)의 의미
입력 2011-06-29 17:30
최근 대회는 인터넷 중계로 인해 결과가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그만큼 중요한 시합은 거의 대부분 바둑TV에서 생방송 중계를 한다. 하지만 오로지 승부에만 집중하고 싶은 기사들에게는 생방송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국장이 아닌 간이스튜디오의 눈부신 조명과 여러 대의 카메라가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다는 부담감에 더해 의상도 신경 써야 하고 대국 중에 나오는 습관도 조심해야 한다. 오랜 경험이 있는 기사들은 익숙하겠지만 대부분은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지난 5월 31일 지지옥션배 아마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이 바둑TV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이날은 5연승을 한 여류팀의 김신영 아마 6단과 시니어팀 조민수 아마 7단의 대결로 이 판을 여류팀이 이기면 우승이 결정된다. 하지만 결과는 시니어팀의 승리.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방송은 무리 없이 끝났지만 네티즌들이 김신영의 자세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것이다. 바둑에 졌다고 복기도 하지 않은 채 돌을 거두고 나갔다는 것이다.
화면상으로 비친 모습은 충분히 오해를 살 만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대방과 간단한 제스처와 눈빛을 교환하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협의가 된 상황이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생방송이라 이런 과정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었을 뿐이었다. 김신영이 좀 급해보였던 것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바로 화장실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패배 후의 눈물은 그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은 법이다. 정황으로 미뤄볼 때 오해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번 기회에 ‘복기(復棋)’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복기의 사전적 의미는 ‘두고 난 바둑을 비평하기 위해 다시 한번 놓아보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잘못 두었던 부분만 다시 만들어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말없이 판을 바라만 보다가 돌을 걷는 경우도 있다.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한 판을 마치고 배우는 자세로 복기에 임하는 것이 맞지만 시합 후라면 다르다. 필자는 복기는 승자가 아닌 패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자는 복기를 통해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마음이 안정되고 치유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승자들은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상대가 말 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어떤 것을 물어올 때 성심껏 답해준다. 그것이 곧 승자의 아량이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