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 골프 (94)
입력 2011-06-29 10:22
절제의 노하우
성공한 인생으로 보이던 저명 인사가 한 순간에 치욕의 구렁텅이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골프에서도 멋진 경기를 펼치던 선수가 한 번의 판단 실수로 터무니없는 졸전을 벌이며 쓰러져 가는 것을 흔하게 본다. 대개의 경우는 절제를 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세상에는 '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놈 없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골프에서만큼은 '두고 보자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말한다. 골프에서 두고 보자 함은 달리 해석하면 '이번 홀 보다는 다음 홀에서, 이번 샷 보다는 다음 샷을 위해' 라는 비장한 인내와 절제의 각오가 있기 때문이다.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약 5:7)
골프 한 라운드 18홀 내내 절제하며 냉정함을 유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앞 팀의 99%는 슬로우 플레이어이고, 뒤 팀의 99%는 성급한 골퍼들이라는 말처럼 자신 뿐 아니라 동반자나 또는 다른 사람들의 영향으로 마음의 평정을 잃는 일이 허다하다. 나도 젊어서는 파 5홀에서 심심치 않게 투온을 시켰으나 중년이 된 이후에는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몇 년 전 필리핀 세부의 M 골프장 11번홀 500야드 파5홀에서 뒷바람 덕분에 티샷이 무려 300야드가 나가는 쾌감을 맛 보았다. 투온을 위해 앞 팀이 홀아웃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으나, 웬일인지 홀아웃하고 나서 오랫동안 꼼지락거리는 앞 팀 사람들을 보며 심한 짜증이 났었다. 그리고 나의 세컨 샷은 그린 우측 러프에 빠졌고, 그 러프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 아주 힘들게 보기를 하였다.
나는 그날의 라운드 이후 노장 탐 왓슨의 지혜를 항상 기억하기로 했다. 탐 왓슨은 '나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아무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게 앞으로 100 야드 가량을 걸어갔다 옴으로써 마음을 다스린다'고 했다.
타미볼트라는 원로가 골프황제 아놀드 파머를 두고 재미있는 말을 하였다. "성질 급한 아놀드 파머는 투어 초기에 화가 나면 클럽을 뒤로 집어 던지기도 했는데, 나는 그에게 중요한 지혜를 충고하였다. 클럽을 던지더라도 뒤로 던지지 않고 앞으로 던지면 가는 길에 주워 가기가 편하다고 알려 준 것이다". 다른 어느 스포츠보다도 골프는 절제와 마음 다스림으로 승부가 나는 경기이다. 지성파 원로 골퍼 커티스 스트레인지는 "감정으로 인해 스마트한 결정을 하는 능력이 저해되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이 택하사 거룩하고 사랑 받는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옷 입고”(골 3:12)
나는 골프의 전설들이 들려준 명언을 음미하며 나름대로 절제의 노하우를 정리하여 보았다
1현재에 집중하라 (Stay in the present tense. Tom Kite)
문호 셰익스피어도 '과거의 불행을 두고 슬퍼하는 것은 곧 또 다른 불행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라고 했다. 지나간 홀과 다가올 홀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직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골퍼들을 위한 성공의 열쇠이다. 잭 니클러스는 빨간색을 구별 하지 못하는 색맹이었기에 아예 스코어 보드를 보지 않고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2자신만의 플레이를 하라 (Play within yourself, play your own game. Billy Casper)
10여 년 전 나에게는 몇 명의 장타자 라이벌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장타자들에게 심리적으로 그다지 밀리지 않았다. 페어웨이에서는 늘 먼저 세컨 샷을 했지만, 좋은 위치에 온그린을 시키면 그들이 긴장해서 허물어졌고, 내가 그린을 놓치면 빛나는 숏게임으로 파 세이브함으로써 그들은 늘 긴장 속에서 플레이를 하게 되었다. 내가 그들의 장타에 휘말려 조금이라도 더 거리를 내려고 무리했더라면 필경 패배를 밥 먹듯이 했을 것이다.
3.과욕은 금물 (Over-aggression has never won a golf tournament. Jack Nicklaus)
나는 아주 파 3홀이 아니면 처음부터 버디를 치겠다고 벼르지 않는다. 성실하게 샷을 한 후에 버디가 찾아오면 축복으로 생각한다. 지나친 과욕으로 덤비면 근육이 긴장되고 오히려 미스 샷이 많이 나온다. 롱기스트 드라이빙 홀에서 실제로 티 샷 실수가 더 많고, 평균 티샷 거리가 오히려 짧아지는 것은 바로 과욕때문이다.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벧후 1:6)
골프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