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수자원公, 성과급 챙겨…인건비 빼놓고 실적 뻥튀기 ‘엉터리 경영평가’

입력 2011-06-29 00:54

공공기관들이 기관장 해임과 임직원 성과급 등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부채나 비용은 축소하고 성과를 부풀리는 등 편법을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도 경영평가에서 각각 A등급을 받았으며 직원들은 월 기본급의 440~4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챙겼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석유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등 공공기관 22곳을 대상으로 경영평가제도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다수의 기관에서 경영실적 평가 자료를 조작해 제출한 사실이 발견됐다며 28일 해당 기관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미국 휴스턴 사무소 등에 직원 12명을 파견했으면서도 총인건비 산정 시 이들의 인건비를 누락, 정부에서 정한 총인건비 인상 가이드라인(3% 이내)을 준수한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해 총인건비 인상률 지표에서 만점(3점)을 받았다. 감사원이 총인건비 인상률을 재산정한 결과 3.2%로 가이드라인을 위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내부적으로 부채비율 등을 성과지표로 관리하면서도, 경영평가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총자산회전율을 기준으로 재무예산성과 지표를 제출, 매년 2점 만점을 얻었다. 부채비율로 재평가하면 0점이다. 석유공사는 또 가채매장량 환산액을 과다 계상해 해외개발사업효율성 지표에서도 높은 점수를 따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영실적보고서 작성 시 소송부채충당금전입액을 제외하고 부가가치를 계산한 자료를 제출, 노동생산성과 자본생산성 항목에서 고득점을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임대주택분양관리 실적을 부풀렸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경영평가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 부채비율 등 중점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실적평가가 이뤄지도록 재무예산성과 지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공사들의 평가등급을 재산정해 과다한 상여금이 지급됐으면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적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