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③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비행은 안전, 가격은 짜릿… 고객이 몰릴 수 밖에 없죠”
입력 2011-06-28 21:26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최근 2년 연속 고객 만족도와 국내선 탑승률, 수송실적 부문 모두 업계 1위를 거머쥐면서 경쟁사들의 ‘경계 1호’로 떠올랐다. 취항 3년 만의 일이다. 항공업계가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임을 감안하면 이스타항공의 성장세는 돌풍급이다.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마다하는 고객이 있을까요.” 28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난 이상직(48)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은 ‘저비용 고품질’이 성장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기존의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도입했던 프로펠러 항공기 대신 최신형 베스트셀러 기종인 보잉737NG 항공기를 들여왔어요. 안전한 비행기를 보유한 항공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저렴한 운임 수준(대형항공사의 70∼80%)까지 더해지니까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거죠.”
2009년 1월 첫 취항(김포∼제주)에 나선 이스타항공은 첫해 매출이 480억원, 지난해 1046억원으로 배나 늘었다. 올해 목표액은 1480억원으로, ‘흑자 원년’을 기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임직원들의 기대감이 높다.
사실 이스타항공이 출범하기 전인 2008년은 항공업계의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기존 저비용 항공사였던 한성항공과 영남에어는 문을 닫았다. 유가급등과 승객 감소가 큰 부담이었다. 이 회장 주변에서도 열에 아홉은 그의 항공분야 진출 계획을 뜯어말렸다.
그러나 이 회장의 상황판단은 정반대였다.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먹구름이 짙은 상황이었지만 전 세계 항공업계의 전망은 밝을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했거든요. 2025년쯤이면 전 세계 인구는 물론이고 항공기 수의 절반은 아시아에 있을 겁니다. 전적으로 미래를 보고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수송 점유율은 지난달 말 현재 55%로 기존 양대 항공사를 넘어섰다. 반면 국제선 수송 점유율은 아직 4%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아시아의 저비용항공사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선두주자들로 꼽히는 영국의 라이언에어나 유럽의 이지넷, 미국의 사우스웨스트처럼 한국에서도 저비용항공사들의 시대가 오는 건 시간문제예요.”
‘증권맨’ 출신인 이 회장은 과거 10년 동안 기업을 분석하면서 자본시장을 공부한 경력을 ‘보약’으로 여기고 있다. 이어 30대 후반부터 화학·제철 플랜트 전문 업체인 케이아이씨의 CEO를 맡아 매출액 200억원 규모의 회사를 6년여 만에 10배 넘게 키우며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이후 인수·합병 등을 통해 현재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그는 다양한 중소·중견기업 경영을 통해 ‘투게더(together)’, ‘온리원(Only one)’이라는 경영철학을 체득했다고 소개했다.
“기업이 지닌 저마다의 가치와 성과를 고객은 물론 타 기업과 공유할 때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도 함께 윈-윈할 수 있어요(투게더).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온리원)이야말로 진정한 1등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이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창사 때부터 현장에서 접목 중이다. “우리 회사 승무원 유니폼은 ‘메이드 인 동대문’이에요. 대다수 항공사들은 유명한 외국 디자이너에 유니폼 디자인을 맡기는데, 저희는 서울 동대문시장 업체에 디자인과 제작을 부탁했죠.”
이 업체는 나중에 씨티은행과 공기업인 한국전력에까지 유니폼을 납품하는 기회를 얻었고, 이스타항공은 노동부로부터 ‘착한 기업’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윈·윈을 한 셈이다. ‘조기예약 항공료 1만9900원’ 업계 최초의 독특한 기내 디자인 등은 이스타항공이 추구하는 ‘온리원’ 서비스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스타항공은 다음 달 1일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취항 중인 도쿄(인천∼나리타) 노선에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발을 내딛는다. “비싼 항공료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해외 노선에 가격 거품을 깨는 신호탄이 될 겁니다. 짜릿한 가격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상직 회장은
△전북 김제 △동국대 경영학과 △현대증권 근무(1989∼2001) △㈜케이아이씨 대표이사(2001∼2006) △굿월드자선은행 대표 △사단법인 한국 MK패션산업발전협회 고문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