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산층 꿈’ 사라져간다
입력 2011-06-28 18:50
‘경제적 풍요’라는 중산층(middle class)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 임금은 제자리에 맴돌고 계층 간 수입 불균형은 심해졌다. 아버지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나은 미래를 꿈꿔왔던 주요 선진국 중산층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전했다.
◇중산층 소득 정체·감소=독일 베를린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는 기사의 지난해 수입은 1만9068파운드(약 3300만원)였다.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1978년에 비해 5% 낮아진 수준이다.
미국 내 중간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남성의 경우도 1975년 이후 사실상 수입이 늘지 않았다. 평균 수준의 일본 가구의 수입도 70년대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하락해 왔다.
1953년을 100으로 볼 때 전 세계 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9년 3배 늘어난 300이었다. 하지만 남성의 중간소득(소득 수준에 따라 최고에서 최저까지 순위를 매겼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소득)은 140에 그쳤다(표 1).
선진국들은 요즘 경제 재도약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정부로서는 재정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공공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은 늘어나 노년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결국 중산층의 부담이 심해지게 된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상류층 상황은 달랐다=1975년 이후 미국 내 중산층의 실질임금이 정체된 반면 국내생산은 급속히 늘었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은 증가했다. 늘어난 부가 결국 최상류층의 배만 불린 셈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최상류 1% 사람들이 올린 소득은 1974년 전체 국민소득의 8%였으나 2008년에는 18%까지 치솟은 것으로 각종 통계자료가 뒷받침한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2개 회원국 중 17개국을 대상으로 80년대 중반과 2000년대 후반을 비교한 결과 소득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소득불균형이 심하지 않았던 덴마크나 독일, 스웨덴 등도 이런 추세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중간 수준 임금의 일자리 줄어=선진국들에서 ‘좋은 직장’과 ‘안 좋은 직장’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런던정경대학(LSE)의 앨런 매닝 교수가 지적했다. 1993∼2006년 고용 분포를 보면 중간 수준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최고 임금이나 최저 임금의 일자리는 늘어났다(표 2). 이런 현상은 각국의 정치·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미국과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