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인사, 주류업체 낙하산 관행 일파만파… 주류·주정업 인허가권 가져, 대표부터 감사직까지 차지

입력 2011-06-29 01:05

27일 열린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국세청 퇴직인사들의 낙하산 관행이 불거짐에 따라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국세청 전관예우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 나온 것처럼 국세청은 주류업계와의 밀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로 국세청이 주류 및 주정업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날 법정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국세청으로부터 감시를 받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관련 협회 회장이나 전무 등의 임원은 대체로 국세청에서 내려온다”고 증언했다.

현재 주류업계의 임원 등 상당수는 국세청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김남문 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대한주정판매는 김영근 전 대전국세청장이 각각 회장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술의 성분인 에탄올(주정) 제조업체인 서안주정의 CEO도 이준성 전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이다.

병마개를 만드는 업체에도 국세청 간부들이 적지 않다. 28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병마개 제조업체인 삼화왕관에는 대표이사(석호영 전 국세청 납세지원국장), 부사장(이학찬 전 영동세무서장), 감사(안춘복 전 마산세무서장)가 국세청 출신이다. 하이트 등 주류업계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병마개 업체 세왕금속의 대표는 김광 전 광주국세청장이다.

국세청 인사의 주류업계 낙하산 관행이 워낙 횡행하다 보니 국정감사 단골메뉴가 되곤 하지만 시정은 거의 안 되고 있다. 2009년 국세청 감사에서 한나라당 안효대 의원은 “국세청 공무원들이 세무조사의 대상 기업들에 재취업해 세무조사 기법과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적발을 피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국감에서는 4급 이상 국세청 퇴직자의 재취업 1순위는 주류업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