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외면하는 주택연금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11-06-28 21:32


충북의 한 시골에 사는 김모(68)씨는 3000만원대 주택 두 채가 있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연금에 가입하려 했지만 ‘1가구 1주택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집을 팔까도 생각했으나 포기했다. 시골집이라 매매가 잘 되지 않는데다 설령 한 채를 팔았다 하더라도 3000만원짜리 집으로는 월 10여만원 정도의 연금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역모기지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지방에서 저가의 주택을 가진 노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주택금융공사는 균형성 등을 고려해 가입 조건을 완화하고 혜택을 늘리자는 입장이지만 금융위원회는 원칙상 다주택자에게 규제를 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9억원 한 채 ‘YES’, 2000만원 두 채 ‘NO’=2007년 7월 도입된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평생 연금 지급을 보장받는 제도다. 부부 모두 60세 이상이고 9억원 이하의 1주택을 보유하고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주택연금은 자식에게 기대지 않으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8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올 1월부터 6월 현재 1304건으로 매년 60% 이상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의 양극화는 심각하다. 수도권의 경우 연금 대상자가 평균 4억원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지방은 1억원대다. 이렇다보니 연금 차이도 확연하다. 60세일 경우 4억원대 주택은 약 월 95만원, 1억원대 주택은 24만원을 지급받는다. 실제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현재 최저 연금은 2500만원 주택을 소유한 72세 고령자가 받는 월 12만3000원이며, 최고액은 수도권 거주자의 467만8000원이다.

여기에다가 지방에서 저가의 주택을 2채 이상 가지고 있으면 아예 가입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9억원 상당의 집을 가진 사람은 되는데 5000만원짜리 두 채 가진 할머니는 왜 안 되느냐는 항의가 많다”며 “가입 조건 완화 여부 등을 두고 금융위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주택 서민 지원해야” vs “형평성 문제될 수도”=논의 핵심은 가입 조건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한해 1가구2주택으로 완화하자는 것이다. 현재 변웅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기도 하다. 주택금융공사는 “노후 자금이 부족하면 주택을 팔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투자 개념의 부동산이 아니면 제값에 팔리지 않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다주택자이면서도 절실하게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어떤 부동산 관련 제도도 다주택자를 지원해주진 않아 자칫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사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 법안의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