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자로… 대한통운·CJ 주가 동반 급락

입력 2011-06-28 22:13

CJ그룹이 28일 삼성 측이 참여한 포스코 컨소시엄을 제치고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통운 주식매각 주체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 CJ제일제당-CJ GLS 컨소시엄의 본입찰제안서를 평가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공동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다음달 CJ그룹 측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당초 본입찰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삼성SDS가 가세한 포스코 컨소시엄이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CJ그룹은 당초 예상과 달리 주당 20만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컨소시엄(19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매각주간사들이 내놓은 대한통운 지분(37.6%) 가격을 주당 18만원대 수준인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었다. CJ그룹이 인수가격으로 2조원이 넘는 ‘베팅’을 한 셈이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인수가격은 전체 배점의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친척관계인 삼성과 CJ 간의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측이 입찰제안서 제출 전 막후에서 모종의 타협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CJ그룹이 이날 20여년 경력의 ‘홍보맨’ 신동휘 부사장을 홍보실장에서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양측이 타협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삼성그룹 오너 일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신 부사장을 경질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한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홍보맨이 다른 그룹의 사주를 공격할 때는 지시를 받거나 미리 상의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전날 CJ그룹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직접 공격한 데 대한 화해의 제스처로 신 부사장을 경질하는 성의를 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 CJ그룹 측은 “신 부사장이 해고된 것은 아니며 곧 다른 보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물류회사 CJ GLS,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CJ오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한통운을 그룹 내 주요 성장축으로 삼겠다”며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과 경쟁할 아시아 대표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고배를 마신 포스코 측은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며 “비록 탈락했지만 자체 물류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한통운과 CJ의 주가는 동반 급락했다. 대한통운은 전날보다 1만9500원(14.94%) 하락한 11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CJ도 전날보다 8000원(9.88%) 떨어진 7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CJ의 경우 예상 인수가였던 주당 18만원대를 훨씬 넘는 가격을 제시해 향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김수현 이경원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