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면 화창한데 뿌연 출근길 왜?… 짙은 안개+오염물질 합작 탓
입력 2011-06-29 01:02
엿새 연속 내린 비가 말끔히 씻어낸 대기에 다시 오염물질이 가득 차게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1시간에 불과했다. 안개와 인간 활동에 의한 오염물질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오랜만에 비가 그친 출근길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서울 지역의 시정은 3.5㎞에 불과했다. 이는 한강 남쪽 강변에서 남산이 보이지 않는 정도다. 미세먼지 농도(㎍/㎥)는 오전 6시 55를 기록한 뒤 계속 상승해 오후 3시에는 87까지 치솟았다.
지난 22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뒤 사흘째인 24일 밤부터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 정도로 오염도가 낮았다. 대기 중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기고 바람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한 자릿수 오염도는 27일 0시까지 지속되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27일 낮부터 20∼40 사이를 오르내렸다. 지난해 서울 지역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9였던 것에 비하면 낮은 오염 수치를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비가 그치자 오염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비 그친 시점인 27일 오후 7시 무렵 미세먼지 농도는 29였지만 이후 오염도는 계속 높아졌고 안개가 발생한 28일 오전 6시엔 연평균을 웃도는 50을 기록했다. 태풍과 장대비가 씻어낸 오염물질은 불과 11시간 만에 연평균 수준을 넘어섰다. 이후 오염도는 더 높아져 오전 7시 63, 오전 8시 56을 기록한 뒤 오후 들어 87까지 치솟았다.
큰비가 내리면 대기 중의 오염물질이 씻겨 떨어지기 때문에 신문 1면에는 남산에서 바라본 인천 앞바다의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장마전선과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엿새 동안 156㎜의 강수량을 기록한 다음날인 이날은 달랐다.
기상청은 “최근 내린 비로 인해 대기가 습한 데다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면서 아침에 안개가 짙게 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개는 지표면 근처에 바람이 강하게 불면 흩어지기 때문에 안개는 바람이 적게 부는 날 낀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대기 중 오염물질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염물질이 안개의 작은 물방울에 달라붙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다.
기상청은 29일 전국에 장맛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30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은 50∼150㎜(많은 곳은 250㎜), 남부 지방은 10∼50㎜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됐다.
선정수 전웅빈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