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세계선수권 참가 양궁 장영술 총감독 “목표 金4… 런던서도 양궁한국 인증될 것”

입력 2011-06-28 21:48


양궁(洋弓)은 그 이름과 달리 한국의 국기(國技)나 다름없는 종목이다. 한국 양궁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서향순이 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매번 금메달을 따냈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양궁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5개를 가져오며 한국이 올림픽 종합성적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양궁은 내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한번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다음달 3일 부터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라는 시험 무대를 통과해야 한다. 올림픽 직전 해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의 경우 올림픽 출전 쿼터가 걸려 있어 올해 치러지는 어떤 대회보다 대표팀이 느끼는 압박감은 크다.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28일 출국한 장영술(51) 총감독을 22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대회 준비 상황을 들어봤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긴장은 되지만 선수들을 믿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장 총감독은 대회를 앞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선수들에 대한 신뢰로 답변을 대신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던 백전노장답게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이 넘쳤다. 목표도 “남녀 개인전 및 단체전 금메달 4개”로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계 수준이 평준화되고, 경기 방식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세계 최강 지위를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두 번의 양궁월드컵에서 기보배, 정다소미, 한경희로 이뤄진 여자대표팀은 개인 및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지만 임동현, 김우진, 오진혁으로 구성된 남자대표팀은 개인 및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놓쳤다.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3회 연속 올림픽을 제패했던 남자 단체전의 경우 각각 4강, 8강을 통과하지 못했다.

“남자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많이 따라잡은 상태예요. 기량 차이가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시합을 하다 보니 우리 선수들이 연습만큼 기록을 못낸 게 사실입니다. 연습 때는 남자팀이 여자팀보다 성적이 좋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쫓기는 입장이다 보니 심리적인 압박감이 커 제 실력만큼 못 쐈습니다”

실제 남자의 경우 거리를 달리해 모두 144발을 쏘는 예선 성적은 다른 국가를 압도하지만 세트제로 치러지는 개인전 본선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터키 안탈랴에서 열렸던 2차 월드컵에서 김우진은 예선에서 1381점을 쏘며 개인전에서 우승한 브래디 엘리슨(1349점·미국)을 압도했지만 32강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리오 흐라쵸프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흐라쵸프는 2세트까지 6발 모두 10점을 쏘며 앞서나간 끝에 슛오프에서 10점을 쏴 김우진을 6대 5로 따돌렸다. 날씨 변수 역시 컸다. 2차 월드컵 개인전 결승에서 오진혁은 브래디 엘리슨과 맞붙었지만 조준이 힘들 정도의 바닷바람에 고전했다.

“실력이 평준화된 건 우리나라 코치들의 해외 진출 비율이 늘면서 우리만의 노하우가 많이 알려진 영향이 큽니다. 연습하는 동안 실제 경기장 분위기를 내는 소음 훈련이나 프로야구장 같은 곳에서 연습하는 것도 이미 독일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서 많이 따라하고 있습니다”

두 차례 월드컵에서 남자 대표팀이 고전하면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체전 경기 방식과 순서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결승전을 대비해 한 발씩 돌아가며 쐈지만 4강전까지 두 발씩 번갈아 쏘기로 했다. 단체전은 3명이 번갈아가며 24발을 쏘는 경기로 결승전은 한 명이 한 발씩 쏴야 하지만 4강전까지는 한 명이 두 발씩 쏠 수 있다. 한국은 그간 결승전을 대비해 한 발씩 쐈지만 좀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경기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순서 역시 임동현-김우진-오진혁에서 김우진-임동현-오진혁으로 바꿨다. 최근 상승세에 있는 김우진을 선두에 배치한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런던올림픽 쿼터를 얻을 수 있는 8강에 안정적으로 오르기 위해 남자팀 경기 방식과 순서를 바꿨습니다. 바꾼 방식으로 단체전을 연습한 결과 평균 2점 정도 기록 상승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14일 터키 안탈랴에서 돌아온 후에도 세계선수권대회에 맞춰 강행군을 이어갔다. 하루 평균 300∼400발을 쏘며 감각을 유지했고, 18일에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전감각을 쌓았다. 장 총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원하는 성적을 내기 위해 남녀 모두 자신감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 주문 강도에서는 다소 차이를 나타냈다.

“여자팀은 본 대회 나가서도 지금까지 했던 대로 자신을 믿고 컨트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남자팀의 경우 호랑이라도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의 기개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글 김현길 기자, 사진 홍해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