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고사위기… 석달새 예금 3조넘게 빠져

입력 2011-06-28 18:35


잇단 영업정지와 부당 예금인출 사태로 촉발된 저축은행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사실상 부산저축은행 특혜·불법 인출 사태의 실체가 없다는 검찰 수사 발표를 끝으로 불신이 일단락되나 싶었지만 여·야가 다시 국정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하면서 정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외부적으로는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업계가 몰락위기에 놓였지만 금융당국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고사위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개월 새 3조6000억원 날아가=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4분기 76조7926억원에서 지난 1분기 73조1879억원으로 급감했다. 불과 3개월 사이에 약 3조6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저축은행 업계가 잇따라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일부 유입 예금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일어난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실PF 파동 이후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아내지 못하면서 업계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업계 전체 당기순손실은 2009년 6월 1319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5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부실PF에 따른 대손충당금(떼일 것을 대비해 쌓아두는 돈) 적립 부담이 컸던 데다 새 ‘먹거리’를 찾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업계는 금융당국에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비율 완화, 펀드판매 등 취급업무 확대, 현재 2∼30%를 쌓도록 돼 있는 PF대출 대손충당금의 분할 적립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금융당국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9월 말 부실 저축은행 규모가 드러나는 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지역밀착형 소규모 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면서 “업계 문을 닫게 할 것이 아니라면 금융당국이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상호신용금고로 이름 바꿔”=한나라당 의원 30명은 이날 저축은행의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환원하는 내용을 담은 상호저축은행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처리되면 저축은행 명칭은 200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상호신용금고로 돌아가게 된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정옥임 의원은 “저축은행 명칭은 일반은행과 구분이 모호하고 소비자들에게 저축은행이 우량한 금융기관이라는 오해를 주고 있다”면서 “명칭을 원상 복귀해 제2, 제3의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명칭 환원 주장은 정부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국회 논의과정에서 큰 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예금자의 불안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영업정지를 당한 8개 저축은행 외에도 프라임·제일·우리저축은행 등에서 부실과 상관없이 단순 불안감만으로 뱅크런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회 및 정부가 저축은행의 몰락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