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때문에… 출판계 무너진다

입력 2011-06-28 11:05


최근 중견 인문교양서 출판사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으면서 지식산업의 근간인 출판가가 연쇄부도 소문으로 흉흉하다. “(출판사 부도가) 이제 시작”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래 두 자릿수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오던 인터넷서점마저 올 상반기 성장을 멈춘 것으로 나타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을 냈던 도서출판 생각의나무가 이달 중순 부도처리됐다. 앞서 봄에는 이레와 태동출판사가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았다. 이레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여행의 기술’ 같은 고급 교양서뿐만 아니라 히트작 잭 켄필드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등을 낸 밀리언셀러 출판사다. 태동출판사는 영화로도 제작된 일본소설 ‘백야행’을 출간했다. 이 외에도 교양서 전문 출판사 5∼6곳이 위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5월 출판유통업체 KG북플러스가 무너진 게 도미노 부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출판사는 유통업체에 책을 넘긴 뒤 판매 후 대금을 받는 ‘위탁판매’로 운영돼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일수록 피해규모가 컸다. 피해액은 2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하지만 유통업체 부도의 여파로만 보기에는 올 상반기 서점가 상황은 심각하다. 2005년 이후 10% 넘는 고속성장을 거듭해오던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5개 온라인서점 총매출은 올 1∼5월 평균 0.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 성장을 한 업계1위 예스24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매출이 크게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얘기다. 예스24의 경우에도 지난해 성장률(12%)과 비교하면 올 상반기 성장률은 떨어졌다. 인터넷 서점 관계자는 “온라인서점이 생긴 이래 매출이 줄거나 보합세로 돌아선 건 올 상반기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서점 관계자는 그간 인터넷서점은 동네서점과 지방서점이 무너진 공백을 메우며 덩치를 키워 왔다. 이제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50∼70%의 무리한 할인, 번역서 선인세 경쟁 등 후진적 관행이 불황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불황의 저변에서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스마트폰 등이 독서인구를 감소시킬 거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도서출판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대중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끈 지난 1∼2년간의 사회 변화가 (출판계 불황이라는 방식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종이책의 대체재로 주목받아 왔던 전자책 미래도 불확실하다. 구조적인 불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