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수신료 인상 날치기 땐 분리징수 추진” 경고
입력 2011-06-28 22:02
문방위, KBS 수신료 놓고 여·야 전운
민주당이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했다.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초 4대강 관련 ‘친수법’ 처리에 반대해 국토해양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지 6개월 만이다.
위원장석 점거로 문방위는 하루 종일 파행을 거듭했다. 지난 24일 전체회의가 KBS 수신료 문제로 무산된 데 이어 이날도 밤늦게까지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은 전체회의가 예정된 오후 2시를 40여분 앞두고 물리력 행사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소속인 전재희 위원장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전혜숙 의원이 위원장석에 눌러 앉았고 김재윤 최종원 전병헌 김부겸 의원 등 문방위원들이 주변에 포진했다.
이어 의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방위 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두 차례 열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민생이 어려울 때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일방 처리하면 국민의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KBS 수신료 분리징수안도 들고 나왔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2009년도 650억원, 2010년도는 430억원의 흑자를 낸 KBS가 서민들보다 힘든가”라며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면 국민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납부하도록 통합징수 폐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회의가 자동 산회되는 자정까지 의원들을 3개조로 나눠 점거를 이어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리적 충돌을 의식해 위원장석 탈환을 시도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명규,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가 협의를 갖고 ‘8월 임시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 표결 처리’라는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이 수용하지 않아 무산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전재희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야당과) 몸싸움을 하지 않겠다”면서 “물리력을 사용해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데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수신료 인상은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표결처리키로 합의한 사안”이라며 “약속을 깨고 논의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없는 정치투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문방위 회의장에 KBS 국회 출입기자들이 총출동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질문 공세를 벌였다. 전날 여야가 합의한 ‘국회 선진화법’을 언급하며 “합의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일부 의원들은 “토론을 하지 말고 취재를 하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KBS 카메라 기자와 민주당 당직자 간에 멱살잡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