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30일 러 방문說… 메르베데프 만날까

입력 2011-06-29 02:38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설에 대한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방러설’부터 ‘방러 취소설’까지 다양하다.

◇30일 ‘방러설’부터 ‘취소설’까지 분분=방러설을 제기하는 측에선 통상 정상회담 직전에 발견되는 여러 움직임이 관측된다고 말한다. 러시아 측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최고급 호텔인 현대호텔 객실 30여개를 30일부터 예약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블라디보스토크에 영빈관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 측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보다 김 위원장 일행을 맞을 준비에 착수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방러한다면 30일이나 다음 달 1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상황 점검차 29일~7월 1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다. 가장 유력한 방문 루트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는 북한 두만강시에서 러시아 하산으로 직행하는 철도 노선이다. 두만강시-하산 철교는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유일한 내륙 통로다. 2002년 8월 김 위원장의 26일간 러시아 방문도 이 철교에서 시작됐다.

반면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취소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방러설에 정부 당국은 28일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러 정상회담 한다면 의제는=북·러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한반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 등 정치, 경제, 군사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담은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는 당시 선언 내용을 되살리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중 경제협력 강화라는 김 위원장의 지난달 방중 목적과 이번 정상회담이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북·중·러 국경지대에 있는 나선 경제무역지대 개발에 러시아를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외교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실리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중에 비해 약한 한반도 영향력의 확대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북핵 문제 진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핵 문제에 대한 기준은 러시아가 중국보다 높다”며 “그런 면에서 러시아가 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