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세청의 부패 관행 뿌리 뽑아라

입력 2011-06-28 18:56

국세청 퇴직 간부들이 주류 관련 협회나 업체의 임원으로 대거 기용됐다는 증언이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엊그제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은 이런 내용이 담긴 진술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국세청 출신 관료들이 주류업계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실태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된 조서 내용은 낙하산 인사의 부조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조서에서 “국세청 감시를 받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관련 협회 회장이나 전무 등의 임원 일부가 국세청에서 내려온다”고 증언했다. 국세청판 낙하산 인사가 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세청은 주류업계의 제조 인허가권부터 판매허가권까지 휘어잡고 규제를 한다. 여차하면 세무조사도 발동한다. 업체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국세청 출신을 영입하는 게 나름대로 최선이다. 낙하산 인사가 관행이 된 까닭이다.

국세청 국장 K씨가 2008년 퇴직 직후 대한주류공업협회(현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으로 이직한 게 대표적이다. 이처럼 주류·주정업체나 병마개 제조업체의 임원 자리를 국세청 출신들이 꿰차는 건 비일비재하다. 지금 공직사회의 낙하산 인사 폐해는 심각하다. 저축은행 수사를 통해 금융감독원 출신들의 비리는 만천하에 드러났다. 외풍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 친정집 로비까지 하는 게 현실이다. 국세청이라고 다를 바 없다.

국세청 고위급 출신들이 받는 자문료도 문제다. 이희완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은 2006년 퇴직 후 5년간 SK그룹 계열사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30억원 이상을 받았다. 정당한 자문료라고 주장하나 재직 당시 세무조사를 무마해준 대가로 챙긴 ‘사후 뇌물’일 가능성도 있다. 한 전 청장도 주정업체에서 69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공생관계 차원의 전관예우로 의심된다. 낙하산과 전관예우 등 국세청의 부적절한 관행과 부패 구조도 이 기회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