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에게 패악 부리는 젊은이들

입력 2011-06-28 19:00

지하철에서 젊은 남자가 70대 노인에게 욕설을 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20대로 보이는 이 남자는 자리에 앉아 있는 노인에게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욕설은 물론 노인을 향해 주먹 쥔 손을 올렸다 내리기까지 했다. 승객 중 말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막무가내였다. 젊은 남자가 다리를 꼬고 있어 옆에 앉은 노인이 나무라자 시비가 벌어진 것으로 보였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일 것이다. 지난 25일에는 지하철에서 유모차에 탄 아기를 귀엽다며 만지는 할머니의 얼굴을 아기 엄마가 만지지 말라며 페트병으로 내리친 일이 동영상과 함께 보도되었다. 작년에는 지하철에서 할머니와 여중생이 난투극을 벌인 일이 동영상으로 고발됐다. 당시 주변에 있던 승객들은 여중생의 버릇없음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잘잘못을 가려서 판단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의 일들은 시비를 가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젊은 세대의 언동이 도를 넘었다.

젊은이가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규범이다.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면서도 전통은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디지털 문명의 포로가 되다시피 하여 성장한 요즘의 젊은 세대는 인간관계가 단편적으로 흐르게 되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교사로부터 바른 가르침을 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와 이 같은 사고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버릇없는 젊은 세대의 등장은 도덕의 문제일 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이유에 의한 세대 갈등이 격심해질 것임을 알리는 전조가 아닌가 하여 우려가 크다.

법으로 제재하기에도 난감한 디지털 세대의 난폭한 행동은 디지털 문명의 촉수라 할 휴대전화에 의해 동영상으로 기록되어 인터넷 재판에 부쳐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행위자의 얼굴을 단서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해 인적 정보를 밝혀내는 방법으로 나름의 응징을 하고 있다. 이런 방법은 당사자의 인권 문제를 야기하나 그 옳고 그름을 넘어서 디지털 문명사회의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디서 무슨 행위를 하건 제3자의 휴대전화나 CCTV 등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는 인식이 공중도덕을 떠받치는 동기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