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급식 펀드가 뜬다… 노후자금 마련용 생할비 충당에 딱

입력 2011-06-28 21:26


주부 박지영(32)씨는 펀드에서 매달 50만원씩 받는다. 최근 집을 장만하면서 대출 이자가 늘어나 남편 월급으로 생활하기가 팍팍했는데 문득 몇 년 전 가입한 펀드가 떠올랐다. 주가가 올랐다 떨어지기를 반복해 돈을 더 넣기도, 팔기도 애매해 증권사에 문의해 보니 월지급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박씨는 가입 금액의 0.6%를 매달 받기로 했다. 그는 28일 “돈은 급한데 펀드를 몽땅 환매하기가 꺼려졌다”며 “월지급식 펀드로 갈아타 필요한 돈도 조금씩 쓰면서 투자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월지급식 펀드를 출시하는 증권사가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 펀드 전체 설정액은 27일 기준 5680억원. 이중 3952억원이 올해 들어왔다.

월지급식 펀드는 펀드에 일정 금액을 넣어두거나 적립하면 자산운용사가 지급방식(정액식·정률식 등)에 따라 분배금을 매월 또는 3개월 주기로 지급해주는 금융상품. 가입하는 고객은 크게 두 부류다. 은행 예금금리로는 이자 소득이 적어 월지급식 펀드에 목돈을 넣고 매달 생활비로 쓰려는 사람 또는 은퇴 후 일정 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사람 등이다. 50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임박해지면서 ‘노후 대비용’으로 설계돼 지난해부터 상품 출시가 잇따랐는데 올 들어서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활비 및 재투자 용도로 가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월지급식 펀드는 매달 원금에서 불어난 수익을 분배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내 채권과 주식에 동시에 투자하는 혼합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최초 월지급식 펀드인 칸서스자산운용의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1’ 정도가 국내 주식형 펀드다. 최근에는 신흥시장이나 하이일드(투기등급) 채권에 투자,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돈이 유입된 펀드는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사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으로, 올 초부터 27일 현재까지 2685억원이 들어왔다. 이 펀드는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역외펀드인 ‘얼라이언스번스틴글로벌고수익채권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다.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지난해 12월 처음 설정됐으며, 올 들어 수익률이 3.89%로 월지급식 펀드 가운데 가장 좋다.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2.91%)도 웃도는 성적이다.

아이투신운용의 ‘아이메자닌Ⅱ증권투자신탁1’도 연초 후 수익률이 2.56%로 괜찮은 편. 국내 채권과 주식에 투자한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월지급식국공채공모주증권투자신탁1’도 1.79%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국공채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주식은 중립형 포트폴리오에 20∼30%가량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스마트플랜실버펀드’ 시리즈 3개 상품도 지난 2월 설정된 후 4개월 만에 1000억원이 몰렸다. 이 상품은 은퇴 후 고객을 직접 겨냥한 상품으로 인기를 모았다.

월지급식 펀드는 통상 가입 금액의 0.5∼0.8%를 매달 환매 비율로 정할 수 있다. 만약 1억원을 맡겨놓고 환매 비율을 0.7%로 정하면 매달 7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 연 3∼4%의 은행 정기예금에 맡겼을 때 매달 받을 수 있는 돈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단 투자 원금에서 일정 비율을 분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이 시원찮으면 원금이 까질 수 있다. 펀드를 축내면서 월 분배금을 받을 수도 있는 것. 또 기존에 가입한 펀드를 월지급식으로 전환해주는 곳(현대·교보증권)도 있으나, 상당수는 신규로 가입해야 하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생활비 용도로 가입할 경우 펀드가 설정된 후 1년 정도 수익률을 살펴보는 게 좋고, 은퇴자금 마련 용도이라면 3년 정도 수익률을 보거나 어디에 투자하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