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자 1%’ 쉬운 수능 논란] 매년 난이도 논란… 여론따라 오르락 내리락
입력 2011-06-28 18:07
1993년 8월 첫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1994학년도)은 학력고사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학력고사 과목이 너무 많고 암기 위주의 4지선다형이라 획일적인 입시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능 도입 초기엔 교육계의 반응이 좋았다. 탈교과·통합교과 문제, 암기식 교육 탈피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얼마 못 가 ‘학력고사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학생·학부모도 생소한 문제에 불만을 터뜨렸다.
수능은 특히 매년 난이도 때문에 논란을 겪었다.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난리였다. 시험 난이도는 여론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역대 최고 난이도의 수능은 96년이었다. 시험이 너무 어려워 ‘불수능’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다. ‘물수능’의 시초는 2000년 수능이다. 전 영역 만점자가 66명이었다. 2001년 수능은 다시 ‘불수능’이었다. 전체 수험생의 평균점수가 66.5점(400점 만점)이나 폭락했다. 시험이 너무 어려워 시험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충격을 받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생각할 때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 11월 실시되는 2012학년도 수능이 영역별 만점자 1%를 목표로 한 것도 지난해 수능이 너무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 영역별 만점자는 0.02∼0.56%에 그쳤다.
대학은 늘 ‘쉬운’ 수능에 비판적이었다. 학생 선발에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요 논리였다. 그러나 이는 일부 주요 대학의 이기심 탓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쉬운 수능이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의 학생 선발에만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영역별 만점자가 1%가 돼도 마찬가지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28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최상위학과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은 수능시험에서 만점자가 영역별 1%가 되더라도 학생 선발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입은 수능 점수라는 단일 잣대가 아니라 내신, 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 중론이다. 박도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 원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수능 만점자 1%가 너무 쉽다고 하는 것은 상위권 대학, 상위권 학생의 논리”라며 “수능 도입 취지는 고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은 누구나 풀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만으로 수험생의 당락을 좌우할 게 아니라 입학전형의 한 요소가 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