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지도자회의-3] 참관기를 마치며… 21세기 한국 교회의 선교적 사명과 역할

입력 2011-06-28 10:07


필자는 국제 오엠(OM) 설립자인 조지 버워 전 총재의 추천으로 2004년 로잔 파타야 포럼(The Lausanne Pattaya Forum)에 참석한 이후 지난 7년 동안 국제로잔운동에 참여하였다. 복음주의 로잔운동의 정신과 비전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이론적으로 익히 배우고 접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06년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로잔지도자회합에서 전략위원회(Strategy Working Group) 위원으로 위촉된 후 세계복음화를 위한 싱크탱커의 일원으로서 미력이나마 함께 섬기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었다.

필자는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선교 환경 속에서 한국 교회가 교회사적 선교사적으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주님의 지상명령에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선교의 황금기에 특별한 소명으로 부름을 받은 한국 교회와 지도자들이 영적 통찰력과 분별력을 가지고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긍휼히 여기셔서 꼭 사용해주시기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역대상 12장 32절 이하에서 다윗을 도와 이스라엘을 세운 잇사갈 자손(Men of Issachar)처럼 시세(the Times)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알아 모든 형제를 통솔하는 우두머리 2백 명을 허락해 달라고 오래 전부터 기도의 동역자들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이미 앞서 두 번에 걸친 참관기를 통해 향후 로잔운동의 주요 내용을 기술한 바 있지만, 이번 보스톤 회합은 작년 10월 “로잔케이프타운2010 대회”를 통해 발표한 케이프타운언약(Cape Town Commitment)에 대해 향후 10년 동안 펼쳐나갈 로잔운동의 로드 맵과 중장기 전략을 다룬 중요한 모임이었다. 이번 대회의 초청 강사인 조지 버워 전 오엠 총재는 “오늘날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속에서도 불변하는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주의 신학의 바탕 위에 지난 40년 가까이 지속된 로잔운동이야말로 지구촌의 모든 교회가 동참하고 역량을 모아 주님의 지상명령인 세계복음화를 이루는 구심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회합을 통해 느끼고 접한 복음주의 세계선교의 방향과 흐름 속에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한국 교회와 선교 한국이 감당해야할 몇 가지 사명과 역할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먼저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소명의식과 한 영혼을 위해 목숨을 거는 목양일념의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 교회는 베드로를 향해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요21:18)”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첫 사랑과 초심을 잃은 채 오랫동안 세상적인 성공 신화에 집착하여 자행자지해왔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많은 목회자들이 세속적인 축복과 물질적인 번영을 강조함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 복음의 진수와 예수님의 부르심과는 동떨어진 안일한 삶에 익숙한,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능력이 없는 그리스도인들을 양산하는데 골몰했다. 이로 인해 오늘의 한국 교회는 마치 머리털 깎인 삼손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이고 있음을 그 누구도 강하게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은 때에 먼저 목회자들이 결코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는 여호와 하나님 앞에 베옷을 입고 재를 뿌리며 회개해야 한다. 모세처럼 여호와 앞에서 더럽혀진 신발을 벗고 땅에 엎드려 두려운 마음으로 떨기나무의 불꽃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동안 로잔대회에 참석하는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들로부터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 하나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고 작은 일에 충성스럽게 임하는 종으로서의 실천적 삶과 인격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모든 회합 일정에 성실하게 참석하고 남의 말과 다른 민족과 열방의 탄식과 신음에 귀를 기울이며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자성과 도전을 받을 수 있었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Kingdom Perspectives)에서 선교에 동참하는 신실한 모습과 성육신적 삶이야말로 강단에서 외치는 백 마디 천 마디의 그 어떤 영적 사자후보다 더욱 크고 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둘째, 건강한 선교적 교회론에 입각한 지상 교회의 본질과 우주적 교회로서의 역할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실천이다.

우리는 단일 민족, 단일 문화의 오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다른 국가와 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기질의 국민임을 인정해야 한다. 마치 창공을 높이 날아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독수리와는 달리 동네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참새처럼, 제한된 세계관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적 관점에서 땅 끝을 향한 원심적 선교 사명에 게을리 해온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오늘날 세계화의 급진전 속에 한국 교회가 내 교회 내 사역의 패러다임 속에, 내 집 정원의 나무는 보고 여호와 하나님 산의 거대한 삼림은 보지 못하는 영적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경제적으로도 축복을 받은 우리가 IT 강국으로서 디지털 제품은 잘 만들어 팔지만 디지털을 활용해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노력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 시대 세계 교회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는 말은 비단 재수 학원의 구호만은 아니다. 한국 교회와 선교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한국적 신학과 영성을 패키지 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 1세기 여 동안 한국 교회가 받은 영적 축복과 은혜를 잘 종합하고 정리하여 아프리카, 중남미, 중국, 러시아 등 영적 부흥의 불씨가 점화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과 토착 교회들을 위해 알리고 나누어 주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사실 교회사적으로 볼 때 한국 교회만큼 건강하고 균형 잡힌 교회 성장과 부흥의 성경적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교회의 새벽기도, 제자훈련, 말씀 공부, 경배와 찬양, 민주주의 정착, 국가 발전에 대한 공헌과 사회적 책임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통해 한국 교회가 뿌린 복음과 빵의 열매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지금 2/3세계의 교회 지도자들과 국제선교단체에서는 한국 교회의 건강한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한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가깝고 생활 관습과 사고가 유사한 아시아 지역의 교회들은 한국 교회를 부러워하고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여기고 싶어 하는 어찌 보면 기쁘고도 부담스러운 신(新)마게도니아 환상 속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셋째, 차세대 영적 지도자를 키우는 일에 우선권을 두고 실행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처럼 주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하려는 아침 이슬과 같이 맑고 순수한 젊은이들이 구름 떼처럼 일어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미국, 일본, 중앙아시아,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7백만 코리언 디아스포라와 한인 교회에서 자라난 차세대 영적 지도자들과 각양 은사를 지닌 선교 자원들은 존 파이퍼 박사의 말처럼 한국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와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잔, 어바나(Urbana) 대회와 같은 세계선교대회에서 선교 헌신자를 콜링할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손을 들고 일어나는 사람들이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타문화훈련과 언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영성이 고루 구비된 한국 교회의 영적 자산이요 세계선교의 귀한 자원이다.

2005년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영 로잔(Young Lausanne)대회이후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한국은 이슬람, 불교 국가들인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교회의 젊은이들보다 훨씬 적은 수가 참여하고 있다. 이제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이들을 서구교회 주요 인사들의 공항 픽업이나 선교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동원하는 잔심부름꾼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세상 기업이 인재 양성에 쏟아 붓는 교육 훈련비에 대한 비중과 우선권을 눈여겨보고 지역 교회와 선교단체에 묻혀있는 천국 기업의 인재들을 위해 더 많은 지원과 성원을 해주어야 한다. 요셉과 다니엘처럼 거칠고 힘든 이방 땅에서 믿음으로 성장한 디아스포라 교회의 귀한 꿈나무들을 하나님 나라 확장사업을 위한 거목으로 키우는 일을 말과 혀로만이 아닌 행함으로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보스턴=유승관 목사(사랑의교회 선교 담당, 국제로잔 전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