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열리기 전에 미리 열자”…한우 농가는 겹시름

입력 2011-06-28 00:50


8년만에 캐나다 쇠고기 수입재개 안팎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연말쯤 재개되지만 그 파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큰 곤욕을 치른 정부가 마지막까지 검역 등 수입 조건을 강화한 때문이다. 또한 한우 가격에 미칠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구제역 여파로 한우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시장 개방 소식은 한우농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직 ‘광우병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국민들을 어떻게 안심시킬지도 과제다.

◇수입 조건, 美쇠고기보다 엄격=우리 정부가 이번 캐나다와의 수입 위생조건 협상에서 무게를 둔 것은 ‘검역 주권’이었다. 2008년 온 나라를 신음하게 만들었던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실제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추가 발생시 우선 검역을 중단한 뒤 국민 건강과 안전 위해 여부를 확인하고 위해가 있다고 확인될 경우 수입을 중단한다는 조건을 못 박았다. 미국 쇠고기 시장 개방 때보다 한층 강화된 조건이다. 육류 작업장에 대한 승인도 우리 정부가 권한을 갖기로 했다. 각종 부산물의 수입 금지 범위도 훨씬 넓어졌다. 미국산에는 허용됐던 분쇄육이나 쇠고기 가공식품도 허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가 이런 협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실익’을 선택하자는 것이었다. 캐나다는 지난 2009년 우리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2007년 사료 조치를 강화한 이후 출생한 소에서는 한번도 광우병이 발생한 바 없고, 국제수역사무소(OIE)에서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도 부여받았는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2008년 우리는 같은 광우병 위험통제국인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때문에 WTO 패널 판정이 나오면 우리가 패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무엇보다 패소 시 자칫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수입 금지 국가에까지 시장 개방이 요구될 우려가 있었다. 우리 정부는 최대한 패널 판정을 늦추는 한편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수입 협상을 타결짓는 데 주력했다.

◇쇠고기 시장 점유율 4% 미만 불과, 심리엔 부담=캐나다 쇠고기가 수입 중단되기 전 쇠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가 채 되지 않았다. 우리 시장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시장은 이미 한우와 수입산이 구분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우협회 관계자조차 “원산지 표시제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한우와 수입 쇠고기가 완전히 차별화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제역 이후 한우 가격이 크게 떨어져 낙심해진 한우농가 심리에는 충격이 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도 앞두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에 직접적 피해는 없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아도 상심이 컸을 농가들에 이번 조치가 어떻게 받아들어질지 걱정”이라면서 “최대한 설득하고 설명해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불신도 문제다. 캐나다가 위험통제국 지위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올 3월에도 광우병이 발생하는 등 간간이 광우병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수입 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국민들에게 이를 제대로 설명하는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