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뿔난 CJ “우릴 죽이기냐”… 대한통운 인수전 갈등 불길
입력 2011-06-27 16:17
‘CJ 죽이기다!’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전과 관련, 사촌 기업인 삼성그룹에 대해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본입찰을 앞두고 경쟁상대인 포스코 측에 합류한 삼성의 결정이 자사에 대한 명백한 견제라는 것. 업계에서도 삼성의 CJ그룹에 대한 ‘견제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대한통운 인수전도 결국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과 CJ그룹 간의 대결로 좁혀졌다.
◇“죽이려고 덤비는 것”=CJ그룹은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자 인수자문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인수합병(M&A)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27일 “대한민국 M&A 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금융기관은 신뢰가 생명인데 도저히 비즈니스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증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외에도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삼성이 포스코의 우군으로 나선 것에 대해 “길들이는 정도가 아니고 죽이려고 덤비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SDS를 앞세워 물류를 강화하고, CJ 측의 사업 확장을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대형 물류회사 CJ GLS를 가진 CJ그룹은 유통과 식품·외식, 생명공학, 미디어를 중심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1위 물류회사 대한통운까지 인수할 경우 삼성의 물류 의존도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그룹 측은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는 삼성그룹 차원의 그림이 아니다”라며 “물류사업을 절실히 원하는 포스코가 다른 기업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써낼 경우 CJ 측이 탈락 책임을 삼성 탓으로 돌리려고 핑계대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삼성과의 2차 갈등?=CJ그룹과 삼성그룹 사이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당시 제일제당을 계열분리해 독립하겠다고 선언하자 삼성그룹 측이 서울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 바로 옆에 있는 이재현 회장 집 정문 쪽이 보이도록 CCTV를 설치, 출입자를 감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CJ 측은 “당시 ‘삼촌이 장조카 죽인다’고 난리가 났었다”면서 “그때 이건희 회장이 ‘제일제당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매각하라’고 지시했다는데 여론에 밀려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재현 회장이 사촌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J 측으로서는 삼성SDS의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로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한편 물류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이날 대한통운 본입찰에는 포스코 컨소시엄과 CJ그룹만 참여했다. 대한통운의 새 주인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각 사가 써낸 인수금액이다. 업계에서는 매각주간사들이 시장에 내놓은 대한통운 지분(37.6%)의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1조4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매각주간사들은 이번 주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최정욱 맹경환 김수현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