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속철도 시대] 中 ‘4종4횡’ 고속철 연결… 제2 경제도약 노린다

입력 2011-06-27 21:49

27일 오전 8시56분. 상하이행 고속열차 ‘허셰호(和諧號)’가 중국 베이징 남역을 출발했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400m에 달하는 CRH380 허셰호 열차는 출발한 지 10분이 채 안 돼 시속 300㎞를 돌파했다. 허셰호는 이후 303∼306㎞를 오르내리며 상하이를 향해 질주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고속철의 정식 개통일인 30일에 앞서 이날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시승 행사를 가졌다. 내외신 기자 수백명이 몰려 고속철도 국가로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1일 생활권’ 실현=평균 시속이 300㎞를 넘었는데도 진동과 소음에 의한 불편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열차 내에 노트북 등을 쓸 수 있게 전기 콘센트를 설치해 놓아 편리했다. 하지만 통신 인프라의 부족 탓인지 이동 중 휴대전화나 3G망을 이용한 무선인터넷은 자주 끊겨 불편했다. 가격은 가장 싼 일반석이 410위안(6만8800원), 가장 비싼 비즈니스석이 1750위안(29만4000원)이다.

이 고속철을 계기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는 완전히 일일 생활권에 접어든다. 실제로 이날 베이징을 출발한 허셰호는 난징(南京) 남역에 잠깐 멈춘 뒤 다시 달려 4시간44분 만인 오후 1시40분 상하이 홍차오(虹橋)역에 도착했다. 이전에는 가장 빠른 열차가 10시간 정도 걸린 것과 비교하면 50% 이상 단축된 셈이다.

◇4종4횡 고속철 전성시대=중국은 권역 간 경제일체화와 물류망 확대를 통한 내수소비 진작을 위해 고속철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2008년 8월 1일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든 베이징∼톈진(天津) 간 고속철도 117㎞를 개통한 후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대륙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4종4횡(四縱四橫)’ 형태의 거미줄처럼 주요 도시를 고속철도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4종은 베이징∼상하이를 중심으로 베이징∼홍콩, 베이징∼하얼빈(哈爾濱), 항저우(杭州)∼선전 구간이다. 4횡은 칭다오(靑島)∼타이위안(太原), 쉬저우(徐州)∼란저우(蘭州), 상하이∼청두(成都), 상하이∼쿤밍(昆明) 구간이다.

전체 구간으로는 베이징∼상하이 구간이 가장 먼저 개통되는 셈이다. 4종 가운데 베이징∼홍콩 구간 가운데 우한∼광저우가 2009년 12월, 광저우∼선전이 지난해 10월 각각 개통됐다.

또 항저우∼선전 구간 중 2009년 9월 닝보(寧波)∼푸저우(福州)에 이어 지난해 4월 푸저우∼샤먼(廈門)이 개통돼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과 9월엔 각각 상하이∼난징(南京), 상하이∼항저우 구간이 개통됐다. 4횡 중에서는 쉬저우∼란저우 구간 중 지난해 2월 정저우(鄭州)∼시안(西安)이 개통됐다.

◇고속철 효과와 부작용=중국 주요 도시가 일일 생활권에 접어들면 그만큼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물류망이 트이면서 경제발전 속도도 빨라진다. 중국은 나아가 내수소비 확대까지 꾀하며 제2의 경제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 고속철도 강국으로 진입하면서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2009년 베네수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각 고속철도 사업 일부 구간을 수주했다. 최근엔 미국의 고속철도 사업에도 입찰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저우이민(周翊民) 전 철도부 부총공정사는 최근 “중국이 ‘세계 제일’을 추구하기 위해 시속 300㎞밖에 낼 수 없는 외국 기술을 들여와 생산한 객차로 중국 내에서 350㎞내지 380㎞까지 달리게 했다”고 폭로했다.

과잉 투자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된다. 우한∼광저우, 상하이∼난징 등 일부 고속철도 구간은 개통 후 승객이 없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상하이=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