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골잡이 신영록 50일만에 깨어났다… 재활치료후 일상 복귀 가능
입력 2011-06-27 18:06
“감독님…”
프로축구 K리그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신영록(24·제주 유나이티드)이 의식을 회복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주 한라병원은 27일 브리핑에서 “신영록이 세밀한 움직임에 장애가 있으나 각성 상태가 명료해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상태로 호전돼가고 있다”며 “추후 재활치료에 따라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8일 대구와의 K리그 홈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진 지 50일 만이다. 한라병원은 또 신영록의 의식 회복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는 신영록이 병실을 방문한 박경훈 제주 감독을 보고 울면서 ‘감독님’이라고 부르고 부모의 지시에 따라 고개를 들고 박 감독의 손을 잡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병원 측이 이날 신영록의 의식 회복을 공식 발표했지만 신영록이 의식을 찾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앞선 21일부터였다. 병원에 따르면 신영록은 21일 흡입성 폐렴과 균혈증이 호전되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본인 입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온 신영록은 기관지 절개부위를 막아주면 스스로 ‘엄마’, ‘아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24일에는 대소변 등 본인의 욕구를 직접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김성수 원장은 “신영록 선수는 운동으로 전신에 노폐물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혈액이 차단됐기 때문에 다발성 장기손상이 발생해 회복에 어려움이 있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적절한 시간에 병원으로 이송됐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신덕현 씨는 이날 자필 편지로 “영록이가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의 애정과 관심 덕분에 저희 가족들은 희망을 놓은 적이 없습니다”라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신영록은 지난달 8일 대구와의 경기 도중 후반 교체 출전했다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 진단을 받은 신영록은 경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의 도움으로 응급처치를 받은 후 한라병원으로 이송돼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