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금융공기업 5곳 근무실태 감사해보니… 직원들은 ‘주식거래 중’
입력 2011-06-28 00:24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직원 A씨는 7년간 공단 내 주식운용팀장을 지낸 ‘주식의 달인’이다. A씨는 주식운용팀장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전문성을 개인적 치부에 사용했다. A씨는 26억원이 든 친구의 증권계좌를 맡아 운용하는 등 2009년 3월부터 2011년 1월까지 23개월간 근무시간을 이용해 2만999회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근무일수의 86.8%인 411일간 하루 평균 51회 주식 사이트를 드나들었다.
주식운용팀장 출신의 B씨도 마찬가지. 올 1월까지 15개월간 6821회 개인 계좌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다. 총 근무일수의 82.6%인 247일간 하루 평균 27.6회 주식 거래를 한 셈이다. 하지만 사학연금공단에서는 근무시간 중 주식 거래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전체 임직원의 29%에 해당하는 57명이 근무시간 중 개인 계좌로 주식을 사고팔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서도 전체 임직원의 23.7%에 해당하는 162명이 근무시간 중 사적으로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산업은행의 임직원 14.8%(362명),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임직원 10.0%(104명)도 근무시간 중 개인적으로 주식을 거래했다. 산업은행 직원 C씨의 경우 2010년 8월까지 20개월 동안 모두 3만2704회, 하루 평균 94.5회나 주식 거래를 했다. 주식 거래자 중에는 부점장 이상 관리자급도 산업은행 15명, 캠코 11명, 수출입은행 8명이 포함돼 있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의 주식운용팀 대리 D씨는 더 악질적인 경우다. D씨는 차명계좌를 만들어 공제회의 매수예정 종목을 선매수한 뒤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선행 매매’ 방식으로 2087회에 걸쳐 1억2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방행정공제회에서는 전체의 8%인 14명이 근무시간 중 하루 평균 4.2차례씩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사학연금공단 등 5개 금융공기업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27일 “임직원들의 주식 사이트 접속 기록을 검토한 결과 연봉이 높고 정년이 보장돼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5개 금융공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근무시간에 주식 거래를 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며 “특히 금융공기업 직원들은 투자정보 등을 이용해 부당 이익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임직원은 ‘임직원 행동강령’ 등에 따라 근무시간 중 사적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특히 사학연금공단, 지방행정공제회 등과 성격이 같은 민간 자산운용 기관의 주식운용 부서 직원은 법에 의해 사적인 주식 거래가 금지돼 있다.
감사원은 사학연금공단 A, B씨와 지방행정공제회 D씨 등에 대한 해임을 포함해 관련자들의 징계를 해당 기관에 요구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