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 도전 청야니 괴력 비결은 소렌스탐 따라하기… 집 사들이고 진열대 물려받아 우승컵 채워
입력 2011-06-27 18:05
“아직도 트로피 진열장이 많이 비어있다.”
메이저대회 10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72승을 달성한 뒤 지난 2008년 5월 전격 은퇴한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41·스웨덴). 그해 LPGA 투어에 입문한 선수가 바로 청야니(22)다. 소렌스탐을 우상으로 삼은 청야니는 언젠가 ‘골프여제’의 자리를 이어받겠다며 소렌스탐을 롤 모델로 삼았다. 청야니는 소렌스탐의 모든 것을 따라했다.
2009년 4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소렌스탐의 집도 사들였다. 소렌스탐의 기를 모두 이어받기 위해서였다.
불과 칩샷 거리(약 50m)도 안 되는 이웃으로 이사 간 소렌스탐은 짐을 옮기면서 입구에 놓여있던 트로피 진열대는 그대로 놔두고 갔다. 메이저에서 수확한 10개의 우승컵 등 모두 72개의 우승 트로피로 가득 찼던 진열대였다. 청야니가 자신의 뒤를 이어 이 진열대를 다시 채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런 인연으로 청야니는 소렌스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투어 생활이 힘들 때 소렌스탐으로부터 많은 정신적 조언도 받았다. 소렌스탐을 멘토로 삼은 청야니는 이후 몰라보게 성장했다.
“언젠가는 소렌스탐의 우승 트로피로 가득 채워졌던 진열대를 나의 트로피로 모두 장식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청야니는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소렌스탐이 은퇴한 지 한 달 후인 2008년 5월 청야니는 트로피 진열대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올려놓았다. 그 트로피가 바로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현재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 우승컵이었다.
이후 6개의 트로피를 더 수집한 청야니는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가 열린 26일 아침(현지시간) 소렌스탐으로부터 “플레이가 대단하다. 우승컵을 집에 가지고 가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대선수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청야니는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서 2위와의 격차를 10타차로 벌리며 최연소 메이저 4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소렌스탐의 모든 것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한 지 불과 3년 만에 새로운 ‘골프여제’의 탄생을 알린 것이었다. 그것도 소렌스탐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소렌스탐은 이날 미국골프채널 해설자로 현장에서 청야니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청야니는 “나를 오늘에 있게 한 소렌스탐에 감사한다”며 “진열대가 아직 많이 비어있다. 앞으로 소렌스탐이 채웠던 그 이상으로 우승 트로피를 가득 진열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야니의 정식적 스승인 소렌스탐은 “쇼트 게임 등 몇 가지만 보완한다면 청야니를 능가하는 선수가 없을 것”이라며 제자를 칭찬했다.
김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