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정면충돌] 政, 대기업 때리기 더 세게… 財, 후퇴없이 맞받아치기
입력 2011-06-28 01:53
수위 높이는 정치권… “기업 담합 엄중 조치”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 강도가 한층 세지고 있다. 여당은 친서민 정책 기조를 강조하며 연일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고, 야당은 재계 총수의 국회 출석 문제로 대기업과 각을 세우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정책 당정협의에서 “기업이 담합 또는 편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를 엄중 조치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이번주 중 당정협의를 갖고 대기업이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 뛰어들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편법 상속하는 관행을 막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법 개정을 통해 ‘물량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위는 또 대기업이 계열사와 거래할 때 사후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정진섭 정책위부의장은 “신고를 의무화해 거래를 투명화하면 사회적 통제도 가능하고, 과세 자료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정책위 내부에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에 서비스 업종도 추가하는 방안, 연기금이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 중에서 경영 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집중감시 명단(포커스 리스트)에 포함시켜 감독하는 제도 등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대기업 옥죄기’ 방안에 대해 정책위 고위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실무당정까지 거쳐 온 내용으로 결코 대기업 때리기의 일환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우여 원내대표를 탄생시킨 신주류가 당을 장악한 뒤 현 정권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와 확실히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주류는 현 정부 들어 고환율, 저금리 정책으로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고물가에 고통받고 있는 반면,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등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소장파 정태근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기업은 피자 체인점, 빵집, 떡볶이·꼬치구이 체인점 등 중소기업 분야는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의 영역에까지 뛰어들어 무차별적으로 시장을 빼앗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남경필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 “대기업에 감세를 해줬지만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 유보금만 100조원 가까이 쌓아놨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장과 대기업 총수들의 국회 출석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경제단체장들이 29일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공청회에 불참할 경우 공청회를 청문회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민주당 소속의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고환율, 저금리 정책 때문에 국민과 중소기업은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대기업은 사상 초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 대표들의 공청회 출석을 재차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29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불참할 경우 청문회를 연기해서라도 조 회장을 참석토록 할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의 김성순 환노위원장은 “조 회장이 불참하면 청문회를 7월 초로 연기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상황”이라며 “그래도 나오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조 회장을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